후진국형 산불진화 시스템…야간진화 헬기 1대뿐, 감시카메라·인력도 태부족
현장선 고군분투하지만…변화무쌍해진 '기후 변화' 산불진화 점점 어려워져
"초대형 헬기, 드론 감시단·특수진화대 등 전문인력 확충 필요"
[동해안 산불] 신고 접수후 헬기 출동까지 52분…'골든 타임' 넘겨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7일로 나흘째를 맞았지만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산림당국이 가동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 등을 최대한 투입했음에도 진화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가뭄, 강풍 등 점점 변화무쌍해지는 기후 변화로 산불 진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열악한 인력과 장비 등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형산불 판단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께.
119 신고를 받은 소방대가 15분여 뒤인 11시 34분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갔다.

그 2분 뒤인 11시 36분께 산림청 산림항공본부가 울진산림항공소에 헬기 출동을 지시했다.

엔진 예열 등 15분이 지난 11시 50분에야 헬기 2대가 이륙했고 20분 정도 지난 낮 12시 9분께 최초 발화 지점 부근에 도착했다는 게 산림당국 설명이다.

산림당국이 헬기 출동 요청을 받은 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과정은 비교적 신속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초 신고가 접수된 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산림당국이 '골든 타임'이라 부르는 '50분'을 넘겼다는 점에서 초기 판단이 좀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산림청 관계자는 "대형 산불로 발전할지 어떨지 판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년 이맘때 논·밭두렁 화재 신고가 빈발한 데 일단 현장을 확인한 뒤에나 헬기 출동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울진 산불도 119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되자마자 산림청에도 동시에 접수됐으나 산림청은 관할 울진군에 산불 규모 확인 요청을 하면서 다소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안 산불] 신고 접수후 헬기 출동까지 52분…'골든 타임' 넘겨
◇ '야간 진화 헬기 단 1대'…열악한 인력과 장비
이번 산불과 관련해 열악한 인력 및 장비 상황도 다시 거론된다.

워낙 넓은 면적에 강풍까지 불어 진화가 쉽지 않지만 일몰 후에는 상대적으로 산불 확산이 더뎌 야간에도 헬기 진화작업만 할 수 있다면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47대 중 야간에 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헬기는 1대뿐이다.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수리온 기종 헬기로 2년 전 안동 산불 당시 야간 진화작업에 투입한 적이 있으나 이번 울진 산불에서는 다른 헬기처럼 낮에만 이용하고 있다.

안동 산불 당시 시범 운영한 결과 생각보다 효율이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울진 산불 현장에는 송전탑과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산재해 있어 자칫 야간 헬기 작업이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야간 진화 작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력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울진지역에는 산림청 소속으로 산불 진화 업무를 맡은 인력은 특수진화대원 12명, 예방진화대원 49명 등 70명 정도에 불과하다.

광역단체인 경북도가 산불감시인력 2천580명,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 1천200여명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 울진에는 주요 산봉우리 13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나 워낙 첩첩산중이라 작은 봉우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신속하기 감지하는 게 쉽지 않다.

이번 산불 발생 당시에도 최초 발화 지점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감지한 것은 이미 헬기 출동이 내려진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형 산불 발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강풍이나 야간에 구애받지 않는 초대형 헬기를 더 확보하고 드론 감시단, 특수진화대 등 전문 인력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