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캐피털사가 발행하는 채권(여전채) 가격이 올 들어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은 오르고, 경기 침체로 부동산 및 기업 대출은 부실화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캐피털과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한 채권 금리는 이날 연 3.64%(A등급 3년물 평균 기준)로 올 들어서만 0.50%포인트 뛰었다. 국고채(0.40%포인트)나 같은 등급의 일반회사채(0.44%포인트)보다 큰 폭의 오름세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진다.

대다수 캐피털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개선을 발표했지만 ‘부동산과 소상공인 대출 부실화 우려’가 기관투자가의 채권 매수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금조달 비용인 시장금리의 상승,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조치(최근 9월까지 6개월 연장) 종료 전망 등이 여전채 약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처럼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캐피털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3.6%에서 2010년 9월 말 15.2%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애큐온·한국투자·오케이캐피탈 등 신용등급 A급 이하 주요 12개 캐피털사의 전체 기업대출 중 PF 비중은 작년 9월 말 현재 47%다. 부실화 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100억원 이상 기업대출 합계는 자기자본 합계의 두 배 수준이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가 정체되면 건전성 지표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일부 캐피털사의 실질 부도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약세가 과도한 만큼 투자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기업대출 비중이 높지 않은 여전사를 골라 캐리(만기 보유)를 고민해볼 만한 시기”라고 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