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막판 유세 전략이 180도 엇갈리고 있다. 이 후보는 ‘이재명표’ 경기 부양책과 행정경험 등을 내세워 ‘왜 이재명을 뽑아야 하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집값 급등, 대장동 특혜 의혹 등을 비판하며 ‘왜 이재명과 민주당을 뽑지 말아야 하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7일 제주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탈탄소 정책’을 언급하며 유세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겠다며 햇빛연금, 농어촌 기본소득 등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며 “부산을 남부수도권 경제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도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런 식으로 각 지역 유세 대부분을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채웠다. 서울 집중유세를 벌인 전날에도 수도권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다루며 “완전히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서울 도봉·성북·은평·서대문구 등을 돌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금융 거래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는 유세 대부분을 이 후보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6, 7일 서울 강동·중구, 경기 의정부·하남·안양 등을 돌며 수도권 집중 유세를 벌인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모든 지역에서 “△△지역도 집값이 많이 올랐죠”라고 연설을 시작한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은 장기 집권을 위해 일부러 집값을 올린 것”이란 주장을 반복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도 매번 빠지지 않고 언급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김만배 일당이 3억5000만원을 들고 가 8500억원을 빼내왔다”며 “대장동 몸통은 이재명 후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밖에 “민주당은 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한 강성노조만을 대변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반시장적 좌파 운동권 이념” 등의 비판으로 각 지역 유세 대부분을 채웠다.

선거 전략이 이렇게 엇갈리는 건 각 후보의 장단점과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가 정책 역량과 경험을 강조하는 건 과반인 정권교체론과 약점으로 평가받는 도덕성 관련 프레임을 ‘인물론’으로 전환하거나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반면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윤 후보는 본인의 강점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잘 먹혀든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평가받는 정책 역량과 경제리더십을 비껴가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