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규 한국콜마 대표(왼쪽)가 인공지능 활용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세종공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콜마  제공
최현규 한국콜마 대표(왼쪽)가 인공지능 활용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세종공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 세종공장에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연간 2억4000만 개의 화장품이 쉴 새 없이 생산된다. 수천 종류가 넘는 원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배합 온도, 설비 설정값 등 미세한 차이로도 불량품이 발생하곤 했다. 한국콜마는 작년 4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했다. 생산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제조 탱크 내부 온도, 압력, 배합기의 회전 속도(RPM), 작업시간 등을 수집한 뒤 분석했다. 최현규 한국콜마 대표는 “특정 원료의 배합 온도가 갑자기 100도로 올라가면 불량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AI가 사전에 작업자에게 알려주도록 했다”며 “이후 불량 폐기율이 0.54%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생산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은 낮추는 데 성공한 제조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화성의 반도체 설비용 정밀금형 제조기업 21세기도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했다. 21세기는 두께 1㎜ 이하의 드릴 날을 이용해 금형을 미세 가공한다. 드릴 날이 워낙 가늘어 장시간 작업 시 예상치 못한 순간 파손돼 금형에 박히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금형 가격이 개당 최대 3000만원이 넘는 만큼 손해가 컸다.

21세기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드릴의 모터가 있는 본체와 드릴 날을 잡는 이음쇠(스핀들) 등에 무선 미세진동 측정기를 설치했다. 실시간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드릴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 수치가 0.01RMS 수준이라면, 파손되기 직전에는 0.05RMS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AI를 통해 파악했다. 21세기 관계자는 “드릴 날을 교체해야 하는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면서 생산성이 10%가량 향상됐고 품질 불량률은 15% 이상 감소했다”고 했다.

울산의 세라믹 아연 도금 전문기업 켐프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도금은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도막이 너무 두껍게 돼 광택을 잃거나, 지나치게 강한 전류에 까맣게 타는 현상이 일어나는 등 편차가 있는 업종이다.

켐프는 작년 3월 도금 설비에 전압 측정기 및 도금 용액 산도 측정기 등을 설치했다. 공장의 온·습도 등 환경 데이터도 수집했다. 이후 최적의 도금 조건을 AI로 산출해 작업자에게 전달하면서 불량률을 1%까지 낮췄다. 켐프 관계자는 “비숙련자도 설비에 최적화된 도금 조건을 도출하게 되면서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중기부는 제조 현장의 AI 도입을 돕기 위해 민관협력 제조 특화 AI 플랫폼 캠프(KAMP) 사업을 2020년부터 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분석부터 AI 솔루션 개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AI 스마트공장을 1000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