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긴장감 도는 3월 주총시즌
많은 사람에게 3월은 봄의 시작이다. 기업들에도 3월은 특별한 시작을 의미한다. 주주총회의 달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를 결산하고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달이다. 과거에는 주총이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긴장도와 난도가 올라가는 추세다.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 사례가 대표적이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주총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과 표 대결 끝에 이사회 의석 12개 중 3개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엔진넘버원의 지분은 0.02%에 불과했지만 실적 부진과 화석연료 산업의 위기, 기후 변화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으로 최대주주인 블랙록을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2003년 SK-소버린 경영권 분쟁, 2015년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펀드의 공격, 2018년 한진칼에 대한 강성부펀드의 경영권 참여 선언 등 한국 기업들에도 주주행동주의는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주주 활동의 기반이 대폭 넓어진 데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 등에 따라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본격화됐다.

낮은 주가와 배당, 실적 부진, 부실한 지배구조 등을 콕 집어 지적하고 나서는 주주행동주의는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에 불편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주들의 이슈 제기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인 방어 자세만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들의 우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관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회사의 실정 역시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능동적으로는 주주행동주의자의 관심을 촉발할 만한 요인을 내부적으로 미리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이사회 구성, 배당률, ESG 관련 공시 수준 등을 검토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지배구조, 공시, 산업, 금융 분야 등의 외부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어떤 주주행동주의자들이 회사에 관여할 수 있는지, 어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다른 주주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도 예측해야 한다.

주주행동주의의 주된 주제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우리 기업들의 오랜 숙제다. 특히 창업 세대에서 2, 3세대로의 승계 과정에서 취약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주주행동주의 역시 그러한 빈틈을 노려 활발해진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에서 완벽한 기업은 없으며 한 가지 해답만 있는 것도 아니다. 회사의 관행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선진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어떤지 들여다보고 진정성 있게 노력한다면 더 큰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올해도 시끄럽고, 긴장되지만, 주주와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주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