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은 에너지·곡물·단백질·임금·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정 분야의 가격 상승이 나타나 해당 산업 위주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됐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분야별로 보면 에너지 부문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석유류 가격 폭등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천연가스 수급 불안도 가시화되고 있다. 에너지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인 ‘이플레이션(E-flation)’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친환경 정책이 오히려 화석연료 가격을 높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국내에선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와 이로 인해 발생할 전기요금 인상이 대표적 그린플레이션 사례로 꼽힌다.

먹거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곡물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 산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의 곡물은 저소득 국가인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 많이 수출되고 있다.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 등으로 저소득 국가의 빵값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나타난 닭고기 등의 공급 부족이 육류 가격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작년 5~12월 조류인플루엔자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41개국에서 발병했다. 이는 단백질(protein)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프로틴플레이션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우유 가격연동제로 인한 ‘밀크플레이션(milk+inflation)’도 우려되고 있다. 우유값 상승이 우유와 버터가 들어가는 빵과 과자 등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가격 결정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낙농가 반발에 가로막힌 상태다.

최근 기업별로 근로자의 임금을 크게 높여준 것도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가 상승하자 실질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이로 인해 더 확대된 유동성이 다시 물가를 높이는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