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외교·안보 전략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이 후보는 “외교·안보는 큰소리만 뻥뻥 쳐서는 안 된다”며 “윤 후보는 ‘안방 장비’”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이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의 발언이 안보 위기를 조장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북한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씀을 한다”며 반발했다.

이 후보는 25일 4차 TV토론에서 “윤 후보는 전쟁을 쉽게 생각한다”며 “발언이 자극적이어서 북한이 군사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는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도 외교적으로 소통을 잘하면서 관리해야 한다”며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나. 이런 걸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무력으로 억지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하책”이라며 “중요한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상대 비위를 맞추고, 굴종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가 얻어지지 않는다”며 “강력한 안보는 민생과 경제 번영의 기초가 된다. 북한에 집착한 정부의 외교 기조는 미국 중국 북한 일본 모두로부터 외면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유약한 태도가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군통수권자와 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두 후보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 후보는 “6개월 초보 정치인(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공언하다가 (러시아를 자극해서) 충돌했다”며 “외교 실패가 전쟁을 불러온다는 극명한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며 “사드 배치가 꼭 필요하냐는 반론이 있는데 (밀어붙이고),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것도 전쟁 개시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 가지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지켜줄 수 없다는 사례”라며 “확실한 힘과 강력한 동맹이 있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그걸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또 “민주당 정부나 이 후보도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종이와 잉크로 된 종전선언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중국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3불 정책(미사일 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 동맹 불참, 사드 추가 배치 반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불과하다”며 폐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또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와 관련해 “초음속, 극초음속 미사일이 개발되면 대응하는 데 한·미 간 MD는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전략적인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발언”이라고 비판하자, 윤 후보는 “많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중층 미사일 방어가 필요하고, 방어를 위해서는 한·미 간 감시·정찰 자산이 공유돼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