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불과 13일 앞둔 어제,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한 정치개혁과 개헌 동시 추진 카드를 내놨다. 송영길 대표가 제시한 개헌 방안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정치 개혁안으로 다당제 보장을 위한 국회의원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지방선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도 제시했다.

권력구조를 민주화하고, 승자독식 선거제를 개혁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극심한 대결을 낳는 거대 양당 체제와 선거제, 제왕적 대통령제 등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돼 생산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짚어봐야 할 것은 여당이 굳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느닷없이 이런 방안들을 꺼낸 의도다. 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김동연(새로운물결) 후보와 정책 연대를 위한 것이라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포위하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의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당의 방안 하나하나가 정파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도 합의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여당은 정치개혁이 진짜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진작부터 공론화하고 숙의 과정을 거쳤어야 마땅하다. 그게 아니면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상식인데, 선거 막판 불쑥 던지니 ‘선거용 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야권 단일화를 방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판이다. 180석 가까운 거대 의석으로 ‘입법 폭주’ 할 때는 언제고, 선거 임박해 다당제 운운하는 것도 뜬금없다 못해 후안무치해 보인다.

민주당의 과거 행태를 봐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선거개혁이란 미명 아래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괴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무력화시킨 게 자신들 아닌가. 지난달 내놓은 국회의원 면책·불체포 특권 축소, 국민소환제 도입은 지난 20년간 선거 때마다 나온 단골 공약이지만, 매번 공수표가 됐다.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야당과 경쟁적으로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무임금 등을 추진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래놓고 선거가 다급하니 또 정치개혁을 들이밀면 어떤 국민이 신뢰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