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만 있으면, 스타트업에 돈 빌려줄 것"
기업 간 거래(B2B) 금융 솔루션 핀테크 기업인 고위드가 다음달 스타트업 전용 대출을 선보인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담보물이 없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스타트업이라면 추정 매출의 15~20% 수준까지 돈을 빌려준다는 구상이다.

김항기 고위드 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월 중순께 ‘고위드 인사이트 대부’라는 대부업체를 설립해 스타트업 대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3500여 개의 고위드 ‘스타트업 법인카드’ 고객사가 대출 대상이다. 스타트업별로 고위드가 산출한 연간 매출 추정액의 15~20% 한도를 부여할 방침이다. 금리는 연 8~9% 수준이다.

고위드 고객사 중에선 업력이 짧아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런 소규모 업체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중시하는 기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 온라인에 ‘공장’을 짓는 인터넷·플랫폼 업체는 담보로 맡길 자산도 없다.

고위드는 자체 개발한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이들 스타트업에 최대 5억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으며 이번에 한발 더 나아가 대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매출과 지출, 현금 입출금 등 재무제표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재구매율 같은 사업지표를 기본적으로 활용한다”며 “매출 증가 현상이 최근 몇 번 일어났는지, 매출 증가 속도는 어떤지 등 실시간 데이터를 합쳐 당장 적자를 내더라도 미래 현금 흐름이 플러스로 나올 회사를 가려낸다”고 말했다.

성장성 지표 변동에 따라 대출 조건도 지속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가령 성장성이 더 좋아진 기업이라면 매월 재심사 기회를 부여해 한도나 금리 측면에서 혜택을 준다. 반대 경우라면 한도를 축소하거나 일정 기간을 두고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고위드는 1500억원 상당의 자기자본금을 밑천으로 삼고, 외부 자금을 끌어와 대출 실탄을 지속 확보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연체율 관리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년간 대출 시범 테스트를 해봤을 때 연체율은 제로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스케일업을 위한 자금을 제공해 스타트업의 올바른 성장을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대출과 함께 각 회사의 현금 흐름, 활동성, 안정성 등 지표를 보여주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생각이다.

벤처캐피털(VC)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고위드 대출이 더 경제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라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그는 “투자를 받고 지분을 넘겼는데 이후 회사 가치가 80% 뛰었다면 그 회사는 80%의 금리를 문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위드는 알펜루트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김 대표가 2020년 설립한 회사로,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약 1000억원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