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에게 쏟아진 비난, 미성년자가 감당하기에는 살인적"
[올림픽] 발리예바 보듬은 러시아 피겨 대모 타라소바 "살인적 비난받아"
러시아 피겨의 대모로 불리는 타티아나 타라소바(75) 코치는 도핑 파문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도핑 논란으로 싸늘한 시선을 받는 발리예바는 17일 밤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 연기를 펼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발리예바는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여러 차례 점프 실수를 한 끝에 프리스케이팅에서 141.93점을 얻는 데 그쳤다.

프리스케이팅 성적만으로는 6위에 불과했다.

그가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로스텔레콤컵에서 기록한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점(185.29점)에 44점가량 못 미치는 저조한 점수다.

쇼트프로그램(82.16점)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발리예바는 결국 총점 224.09점으로 4위까지 밀려나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고, 지난해 10월 성인 무대에 데뷔한 뒤 출전하는 대회마다 세계 기록을 경신하면서 '신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던 '피겨 천재'의 충격적인 몰락이었다.

타라소바는 발리예바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최악의 부진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발리예바 보듬은 러시아 피겨 대모 타라소바 "살인적 비난받아"
18일 러시아의 국영 방송사인 RT에 따르면 타라소바는 "발리예바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그녀(발리예바)는 죽임을 당했다.

죽고, 죽고 또 죽었다.

오늘 밤 우리가 본 것은 그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발리예바가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타라소바가 보기에 베이징 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린 발리예바가 감당하기에는 비난이 살인적인 수준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뜻이다.

일부 동정론이 나오긴 했지만 이미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이 들통난 러시아의 새로운 '도핑 악당'으로 낙인찍히면서 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타라소바의 주장이다.

타라소바는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과 사샤 코헨(미국), 아라카와 시즈카(일본) 등 세계적인 남녀 싱글과 페어 선수들을 길러낸 세계적인 코치로 2006년 피겨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피겨계의 대모다.

'피겨 퀸' 김연아와 동시대에 경쟁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피겨 코치로도 국내 팬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이다.

타라소바는 은메달을 딴 뒤 "모두가 금메달이 있는데 나만 없다"며 오열한 알렉산드리 트루소바도 동정했다.

타라소바는 "트루소바가 이걸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나는 그저 눈물이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발리예바 보듬은 러시아 피겨 대모 타라소바 "살인적 비난받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