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한동안 흑백 안 찍었지만 이 영화는 느낌상 적절"
해외 매체 "'소설가의 영화', 홍상수의 장난스러운 풍자극"
16일(현지시간)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는 지난해 봄 2주 동안 서울에서 촬영한 흑백 영화다.

홍 감독은 시상식이 끝나고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흑백 영화로 만든 이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스스로 이유를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나도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흑백영화를 좋아하지만,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 흑백영화라는 사실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심하게 됐고, 한동안 그 방식을 버리고 내가 원하는 만큼 찍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 거기에 신경 쓰는 걸 관뒀다.

내 안의 무언가가 바뀌었고, 기회가 있으면 하게 됐다.

이 영화는 느낌을 생각할 때 흑백이 적절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컬러로 바뀌는데 좀 형식적이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과 감독상, 각본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 7명의 수상자 중 홍 감독이 유일한 남성이었다.

이와 관련한 소감을 묻는 말에 홍 감독은 "그런 줄 몰랐다.

내가 유일한 남자였냐"고 되묻고 "거기서 의미를 찾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해외 매체 "'소설가의 영화', 홍상수의 장난스러운 풍자극"
영화는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나선 소설가 준희(이혜영 분)를 따라간다.

준희는 혼자 타워를 오르는가 하면, 영화감독 부부를 만나고, 공원을 산책하다 여배우 길수(김민희)를 만나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설득한다.

영국 영화 전문매체 스크린데일리는 "'항상 똑같고, 항상 다르다'는 말이 홍 감독의 영화에 적용되는데, '소설가의 영화'는 작지만 놀라운 형식적인 반전과 많은 장난기가 팬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며 "장난스러운 풍자극"이라고 평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역시 "다작하는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지는 않겠지만, 장난기 많은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미 영화 매체 데드라인은 "베를린이 사랑하는 홍 감독의 또 다른 '걷고 대화하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그의 관습적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섬세함으로 한국 생활의 한 조각을 요약한다"고 했다.

해외 매체 "'소설가의 영화', 홍상수의 장난스러운 풍자극"
지난해 칸 영화제 초청작 '당신 얼굴 앞에서'로 홍 감독과 처음 작업했던 배우 이혜영과 홍 감독의 뮤즈이자 연인인 김민희는 '소설가의 영화'에서 각자 서로 다른 이유로 작업을 중단한 소설가와 배우로 호흡을 맞췄다.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이후 홍 감독의 많은 영화에 출연해 왔고,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인트로덕션'부터는 제작실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