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한컴의 첫 결단…AI·로봇 사업 자회사 매각
2세 승계를 본격화한 한글과컴퓨터그룹이 사업군 ‘옥석 가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기여도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되, 클라우드·오피스 소프트웨어(SW) 등 주력 수익원은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사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그룹은 상장사인 한컴MDS 매각을 위해 투자안내서(티저레터)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8월 김 대표가 한글과컴퓨터를 이끌게 된 이후 첫 자회사 매각이다.

매물로 나온 지분은 한글과컴퓨터가 보유한 한컴MDS 지분 32.37%다. 자문사는 케이알앤파트너스를 낙점했다. 한컴그룹이 한컴MDS 산하 주요 계열사를 ‘통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현재 전략적 투자자(SI) 일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MDS는 전자기기에 장착되는 임베디드 SW를 개발한다.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은 1466억원, 시가총액은 1800억원 수준이다. 종속기업으로는 한컴로보틱스(로봇), 한컴모빌리티(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AI·사물인터넷) 등 13개 업체가 있다. 대다수가 미래 기술 중심 회사다.

'2세 경영' 한컴의 첫 결단…AI·로봇 사업 자회사 매각
이 가운데 상당수가 당장 호실적을 내고 있진 못하다는 게 그룹의 고민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컴MDS 종속기업 13개 중 8개가 순손실을 냈다. 한글과컴퓨터는 별도 기준으로 3년 연속 실적이 뛰고 있다.

매각 방침이 알려지면서 김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오피스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 확장에 집중해왔다. 지난 3일 발표한 싱가포르 한컴홀딩스 설립 작업은 김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SaaS 기업 KDAN모바일과 함께 글로벌 진출 포석을 마련했다. 그는 취임 직후 클라우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NHN과 동맹 관계를 공고히 했다. 클라우드 기반 ‘한컴오피스 웹’은 현재 AWS의 B2B 서비스에 적용돼 미국 호주 등 9개 국가에 공급되고 있다.

이른바 ‘MARS(모빌리티·AI·로봇·우주)’를 내세우던 한컴그룹이 전략을 선회하게 된 배경은 김 대표의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과거 PDF 솔루션 기업 iText를 인수 및 매각했고, KDAN모바일 투자 등을 진두지휘하며 클라우드와 오피스 SW 분야를 개척해 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돈이 벌리지 않는 신산업 분야는 축소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승부를 보려는 듯한 행보”라며 “해외 진출과 관련된 클라우드·오피스 SW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시은/차준호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