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극복을 위해 미국 정부가 시행한 경기부양책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살리는 단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역 노동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지난해 멕시코 과테말라 등의 국민이 자국으로 보낸 해외 송금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국민은 나라 밖에서 자국으로 510억달러(약 61조원)를 보냈다. 2020년보다 27% 증가해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과테말라 중앙은행도 지난해 국민이 과테말라로 152억957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34.9%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다. 같은 기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국민이 본국으로 보낸 돈도 26%씩 늘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세계 이주노동자들의 외화 송금 규모가 역대 최대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팬데믹 극복을 위해 선진국이 돈 풀기에 나선 데다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이주노동자의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딜립 라타 세계은행 이주·개발부문 책임자는 “상당히 이례적인 시기였다”며 “세계적으로 외화 송금이 회복되고 있지만 중미와 멕시코가 특히 두드러졌다”고 했다.

이들 국가의 외화벌이에 활력을 불어넣은 나라는 미국이다. 작년 미국 경제는 5.7% 성장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이민자의 일자리는 빠르게 회복했다. 경기부양책도 큰 보탬이 됐다. 일부 주에선 이민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이주노동자에게도 지원금을 줬다. 미국 경제를 다시 돌게 한 훈풍이 이주노동자들의 국가로도 퍼진 것이다.

미국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자국으로 보낸 송금액은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24.1%를 차지한다. 온두라스는 GDP의 23.6%를, 과테말라는 14.7%를 자국민의 해외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멕시코 GDP에서 해외 노동자의 외화 송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다. 원유 수출이나 해외 직접투자보다 더 큰 외화벌이 수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멕시코로 1달러가 송금되면 현지에선 1.7달러의 지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소비나 새로운 투자가 늘어 경제를 돌리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원격 근무가 늘면서 남미 국가에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미 헤드헌팅기업 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라틴아메리카 직원을 채용한 외국계 기업은 6개월 전보다 156% 늘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