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시 여야 박빙 구도 깰 '게임 체인저'…룰 협상 등 험로 전망
安, 여론조사 경선 제안에 尹측 '정치적 합의' 요구…단일화 후 '지분' 등도 변수
'투표용지 인쇄' 28일 1차 데드라인…민주, 공식입장 없이 파괴력 촉각
후보 등록일 집어삼킨 단일화 블랙홀…D-24 대선판 요동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4일 남겨둔 13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대권 가도의 판세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전격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대선 정국이 급속도로 '단일화'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강 체제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살얼음 판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두 자릿수 안팎의 지지율을 가진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결합은 단숨에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할 메가톤급 변수로 꼽힌다.

만약 단일화가 잘 풀려 '이재명 대 야권 후보'의 사실상 1대1 대결 구도가 성사된다면 정권 교체 여론이 우세한 구도에서 야권 단일 후보에 유리한 지형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파괴력 면에서 단일화가 대선 막판의 '게임 체인저'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제 운만 띄웠을 뿐 실제 후보 단일화까지는 룰 협상을 비롯해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 성사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고, 협상 과정에 따라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려워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제안에 국민의힘 측은 즉각 거부의 뜻을 밝혔고 윤 후보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출발 전부터 험로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송파구 한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제안하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대전제에 공감했을 뿐, 첫 단추에서부터 팽팽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국민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썼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단박에 거절했다.

윤 후보도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추진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하는 협상은 안 한다.

서로 신뢰하고 정권 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담판식' 단일화를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 단일화 이후의 '지분' 분배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후보뿐 아니라 주변의 이해관계도 얽힌 만큼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보다 오히려 더 극심한 진통을 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다.

후보 등록일 집어삼킨 단일화 블랙홀…D-24 대선판 요동
후보등록 전 단일화는 물건너간 상황에서 일단 두 후보가 이날 각자 후보 등록을 마친 만큼 투표용지 인쇄일인 이달 28일을 1차 기한으로 설정하고 물밑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협상이 진통을 겪을 경우 사전 투표일인 내달 4~5일까지 벼랑 끝 접촉을 이어 가거나 최악의 경우 투표일 직전 특정 후보가 사퇴하는 방식 등의 단일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내심 야권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큰 다자구도로 이번 대선을 치르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어왔지만, 이날 안 후보의 전격 제안이 나오자 "올 게 왔다"는 분위기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이 단일화 방법론에서 입장 차이가 현격한 점 등을 들어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거나 설령 이뤄지더라도 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여권 내에서 존재한다.

민주당은 안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제주도 방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위기 상황이고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의 과제"라면서 "국민을 중심에 놓고 미래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굳이 야권 단일화 이슈에 끼어들어 판을 크게 키워주지 않겠다는 의도 속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불발 상황을 고려해 안 후보를 향한 이 후보의 '통합정부론' 구애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내비친 양수겸장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