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에 이어 다시 정년 연장 논의에 불을 지폈다. 기획재정부는 60세 정년이 지난 직원이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방식 등을 통해 기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 제도’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란 우리 사회의 재앙적 인구 구조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3738만 명인 생산연령 인구(15~64세)가 2030년에는 3381만 명으로 357만 명이나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3년 0%대에 진입한 뒤 2047~2060년에는 마이너스로 추락해 ‘OECD 꼴찌’로 전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와 있다.

생산인구를 갑자기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불어나는 고령층을 적극 활용해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곧 닥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정년이 지난 직원을 생산현장에 계속 남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전 정부 때인 2016년 정년 60세를 법제화한 뒤 나타난 부작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년 60세’ 5년을 맞아 작년 9월 대한상의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들의 89%가 정년 연장 뒤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공급제(호봉제) 임금구조는 그대로 둔 채 단순히 정년만 연장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계속고용제가 효과를 내려면 직무급과 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동개혁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계속고용제는 작년 4월부터 시행된 일본의 신고령자고용안정법이 모델이다. 기업에 정년 연장(종전 65세에서 70세로) ‘노력 의무’를 부과했으나, ‘권고사항’일 뿐 벌칙조항이 있는 강제법은 아니다. 정년 연장을 또다시 강요한다면 기업과 청년층의 반발과 혼란만 불러올 공산이 크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등 여건 조성에 앞장설 때 기업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