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짧아지는 금융위 핀테크담당 국장 임기…왜? [이호기의 금융형통]
금융위원회가 9일부로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자금세탁 방지 및 가상자산 관리 등 업무를 맡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운영기획관에 전요섭 기획행정실장을 승진 발령하고 핀테크 지원,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을 주관하는 금융혁신기획단장에 그동안 국무총리실로 잠깐 파견가 있었던 박민우 국장을 불러들인 '투 포인트' 인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끈 건 바로 이 금융혁신기획단장 전보 발령이었습니다.

전임인 안창국 단장이 지난해 8월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직전 실시된 국장급 인사에서 선임된 지 단 6개월만에 보직을 내려놨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물러난 안 단장은 곧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고위공무원단 신규 진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외부 위탁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안 단장이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한 이후 아직까지 교육을 받지 않았던데다 각 부처별로 파견 대상 인원(TO)이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이 안 단장이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금융위 주요 국장급 자리에 대한 순환보직 주기가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에서 재임 기간 6개월이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안창국 단장의 전임 인사들을 볼 때 이번 전보가 분명 이례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8월 금융산업국장으로 이동한 이형주 단장은 1년 임기를 채웠고, 전전임이었던 권대영 단장(현 금융정책국장)은 무려 2년을 재임하며 '핀테크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안 단장의 전격적인 교체가 핀테크 업계에 대한 금융위의 스탠스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그동안 토스 카카오뱅크 등 국내 금융 혁신을 상징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산파' 역할을 해 왔다"라면서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고 위원장 취임 이후 본격화된 빅테크 규제 바람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단장 재임 기간(2년→1년→6개월)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안 단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41회에 합격해 신성장금융팀장, 자산운용과장, 자본시장과장, 산업금융과장 등을 거친 친시장 성향의 관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안 단장이 지난해 업계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 애를 많이 썼다"면서 "그럼에도 최대 당면 과제인 가계부채 문제 등 우선순위에 밀려 내부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안 단장의 후임인 박민우 단장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자본시장과장, 은행과장 등 주요 보직을 골고루 거친 엘리트 관료입니다. 박 단장이 안 단장의 전격적인 교체에 불안해하는 핀테크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한번 우리나라 금융 혁신을 이끌어주길 기대해봅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