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일반 확진자는 모니터링 중단…환자 스스로 건강상태 점검
증상 없거나 경미한 확진자, 재택치료키트 지급 대상 제외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방역의 키워드는 ‘3T’(검사·추적·치료)였다. 정부 주도로 확진자 주변을 대규모로 ‘검사’(Test)하고, 이들의 동선을 이 잡듯 ‘추적’(Trace)하며, 전문 시설에서 ‘치료’(Treat)도 해주는 방식이다. 초기 확산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인력과 자금이 많이 드는 ‘비싼 시스템’인 데다 유행 규모가 커지면 ‘먹통’이 된다는 게 한계였다.


7일 정부가 내놓은 일반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신(新)가이드라인’은 이른바 ‘K방역’으로 불리는 3T 전략을 폐기하고, 확진자가 스스로 챙기는 ‘셀프 관리’로 공식 전환하는 걸 의미한다. 이달 말 하루 신규 확진자가 13만~1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 만큼 일반 환자는 자율관리에 맡기고, 정부는 고위험군 관리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기로 한 것이다.

방역정책 ‘타율→자율’ 전환

정부는 이런 방침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일반 재택치료 환자에게 담당 병원이 하루 한 차례 전화로 몸 상태를 확인하는 ‘건강 모니터링’을 10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몸에 이상이 있으면 전화 상담 때 적절한 조치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환자 스스로 건강 상태를 점검한 뒤 직접 동네 병·의원 등에서 비대면 진료나 상담을 의뢰해야 한다.
"이달 말 하루 확진 13만~17만명"…'틀어막기 K방역' 결국 포기
60세 이상,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집중관리군’은 그대로 하루 두 차례 전화 모니터링을 받는다. 몸이 안 좋을 때 의료진에게 얘기하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담긴 재택치료 키트도 이날부터 집중관리군에게만 지급됐다.

역학조사 방식도 ‘셀프’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보건소 담당자가 확진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답 형태로 진행했지만, 7일부터는 확진자가 직접 웹에 접속한 뒤 접촉자 등 각종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른바 ‘자기 기입식 조사서’다. 고령층 등 직접 작성이 어려운 경우 보호자가 대신 기입하면 된다.

자가격리 방식도 9일부터 ‘스스로 알아서 하는’ 식으로 변경된다.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이 있는 ‘자가격리 앱’을 휴대폰에 깔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등이 격리 지역을 이탈하면 자가격리 앱이 이를 인지해 담당 공무원에게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는 각자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7일 동안 격리 지침을 지키면 된다.

백신 접종을 완료(2차 접종 후 14~90일이 지났거나 3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한 가족은 격리 없이 증상이 있을 때 검사하는 ‘수동감시’ 대상이 된다. 미접종 가족은 확진자와 7일간 공동 격리한다. 다만 미접종 가족에 대해 7일 더 격리하도록 한 지침은 없앴다. 확진자의 동거 가족은 격리 또는 수동감시 기간이 끝날 때 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 나와야 격리 해제된다.

확진자의 동거가족은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만 준수하면 병·의원 방문, 의약품·식료품 구매 등을 목적으로 외출해도 된다. 확진자와 격리하던 가족 중 한 명이 확진되면 그 사람만 7일 격리한다.

“하루 확진자 20만 명 나와도 OK”

"이달 말 하루 확진 13만~17만명"…'틀어막기 K방역' 결국 포기
정부가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한 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확진자가 매일 3만 명 넘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환자를 돌봐야 하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했다간 곧 의료 여력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는 14만6445명. 해제되는 사람보다 추가되는 사람이 훨씬 많은 탓에 이날 하루에만 1만7729명 늘었다. 재택치료 가동률(최대 관리 가능 인원 16만6000명)은 88.2%로 치솟았다. 최근 재택치료 환자가 매일 1만~2만 명씩 느는 점을 감안하면 1~2일 내에 ‘만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검출률이 지난주 92.1%로 치솟은 점, 검사자 넷 중 한 명꼴로 확진 판정(양성률 26.0%)을 받을 정도로 코로나19가 퍼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달 말 하루 신규 확진자가 13만~17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 기준으로 7일 동안 재택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자칫 10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동시에 치료를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은 이번 조치로 재택치료 관리 여력이 일곱 배가량 확대된 만큼 하루 확진자가 21만 명씩 나와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체 재택치료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부담을 덜어낸 데다 재택치료 담당 기관도 532개에서 650개로 확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하루 평균 10만 명씩 20일 이상 나와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