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새의 혹독한 겨울나기
[유형재의 새록새록] 배고픈 왜가리…썩은 물고기도 탐내
갈매기가 잡아 내장까지 다 파먹은 물고기를 왜가리가 탐내고 있다.

왜가리는 갈매기가 하천 모래톱에서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는 인근에 있다가 날아와 갈매기를 쫓아버리고는 덥석 입에 문다.

이 썩어가는 물고기를 몇 번이고 부리로 물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어떻게든 삼키려고 애를 쓴다.

또 다른 왜가리가 날아왔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다.

왜가리는 주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배고픈 왜가리…썩은 물고기도 탐내
'과연 저게 들어갈까?' 하는 커다란 물고기도 삼킬 정도로 먹성이 좋은데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다 순식간에 전광석화처럼 물고기를 낚아채는 사냥 솜씨가 일품이다.

특히 팔뚝만 한 물고기까지 꿀꺽 삼켜 목이 빳빳해지고 몸이 무거워 한동안 날아가지 못하는 모습은 왜가리의 먹성을 말해준다.

살아있는 쥐 등도 잡아먹을 정도로 사냥 능력도 좋다.

그런 왜가리가 다 죽어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물고기를 탐낼 정도로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왜가리는 1m 안팎의 크기로 우리나라 백로과 중에서 가장 큰 종의 흔한 여름새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배고픈 왜가리…썩은 물고기도 탐내
겨울이면 미얀마 등 먼 남쪽 나라까지 날아갔다 와야 하는 새이지만 최근에는 원정 월동을 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며 겨울을 난다.

여름새여서 영하의 추운 아침이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찬 바람 부는 강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추운 겨울에는 물고기가 활동하지 않고 얼음도 얼어서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또 다른 왜가리도 모래톱에 갈매기가 잡아 올려놓은, 흙이 묻은채 죽은 커다란 잉어를 빼앗은 뒤 삼키려고 애를 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배고픈 왜가리…썩은 물고기도 탐내
아쉬움이 컸는지 몇 차례 더 애쓰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와 먹으려고 하지만 결국 발길을 돌린다.

때마침 인근 모래톱에서 보고 있던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냉큼 낚아채 인근 산의 먹이터로 날아간다.

까마귀와 갈매기가 먹던 죽은 물고기 옆에서 노려보는 모습이 애처롭다.

어쩌다 왜가리가 물고기를 사냥하더라도 갈매기가 이를 빼앗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며 쫓아간다.

여름새 왜가리의 겨울나기가 녹록하지 않은 계절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배고픈 왜가리…썩은 물고기도 탐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