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병 밖으로 빠져나온 인플레이션 지니(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가 되돌아갈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0% 급등했다.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시장 전망과는 대체로 일치했지만 전달(6.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전체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달 대비 0.4%, 전년 동기보다 4.1% 각각 올라 2007년 2월 이후 가장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29.3% 뛰었으나 전달보다는 0.4% 하락했다.
손 교수는 “에너지 비용이 조금 하락(전달 대비)했으나 식품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상당수 식당 및 소매점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일시적으로 이익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에) 조만간 높아진 비용을 소매 가격에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거비가 뛰고 있는 게 커다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임차료 등 주거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더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임금과 물가의 소용돌이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 소용돌이는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고 했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가 뛰니 임금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그는 “인건비를 올리는 기업들은 큰 부담없이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 전가하고 있다”며 “노동력 부족 현상이 금방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한 반면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젊은층은 높은 임금과 유연한 근무시간 이상을 원하고 있다”며 “팬데믹(대유행)과 관계없이 미국의 노동 인구는 크게 감소해왔다”고 말했다.
1980년대만 해도 노동 인구가 매년 1.6%씩 늘었으나 지난 10년간은 제로(0)에 가까웠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손 교수는 “물가 대책과 관련해 Fed는 이미 시장에 한참 뒤처져 있다(behind the curve)”며 “Fed가 테이퍼링(채권 매입 감축)을 하고 금리를 올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나 대차대조표 축소 등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경우 시장 고통이 먼저 찾아올 것이란 진단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