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신산업 전환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기술 혁신과 스케일업에 나선 대구 기업과 이들 기업이 입주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은 산업단지를 찾아 소개한다.
이정곤 그린텍 대표가 IoT 펌프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곤 그린텍 대표가 IoT 펌프를 설명하고 있다.
11일 찾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 이곳에 입주한 물기업 그린텍 직원들은 펌프의 팬 역할을 하는 임펠러 검사에 한창이었다. 공장 입구에는 펌프를 제작하기 위한 목형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1만6500㎡ 부지에 세워진 이 공장에는 400㎜짜리 관에 물을 공급해 펌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자체 시험장비도 갖춰져 있다.

그린텍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에는 1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덴마크, 독일 등 펌프강국의 기업들도 잘 만들지 않는 펌프를 직접 설계·제작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역량 덕분이었다.

이정곤 그린텍 대표는 “몇백만원 하는 상하수도용 펌프부터 한 대에 10억원 넘는 조선소, 발전소, 화학공장용 펌프도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상하수도용 펌프에 비전검사 기능과 사물인터넷(IoT) 통신기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한 펌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정부로부터 산업포장도 받았다. 그린텍이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2019년 준공된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65만㎡)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린텍과 같은 기업들이 속속 성과를 내면서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대구 경제의 새 버팀목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물기업 가운데 매출 100억원을 넘긴 기업은 2014년 3개에서 2020년 10개, 지난해에는 16개로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자리잡은 기업이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물테스트베드 같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게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있는 물기업은 38곳이다. 또 물융합연구동에서는 90여 개 기업이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산업혁신에 실패한 뒤 빈사상태에 몰렸던 대구는 ‘5+1 신산업’ 가운데 하나로 물산업을 지목하고, 전국 유일의 물산업단지인 이곳을 기반으로 도약하고 있다.

2019년 부산에서 대구로 본사를 이전한 썬텍엔지니어링은 이 클러스터를 통해 성장한 대표기업이다.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공급되는 도중에 수질을 측정하고 오염수를 자동으로 배출하는 다항목 수질계측기 등을 최초로 국산화했다.
손창식 썬텍엔지니어링 대표가 다항목 수질계측기를 소개하고 있다.
손창식 썬텍엔지니어링 대표가 다항목 수질계측기를 소개하고 있다.
2019년 90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18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손창식 썬텍엔지니어링 대표는 “물클러스터의 수요자설계구역에서는 염소, 유기물 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한 용수를 24시간 공급받아 시험할 수 있다”며 “대만 태국 등지로 수출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곤 대표는 “해외 진출을 추진하다 보면 펌프뿐 아니라 물탱크, 밸브, 유량계 등을 함께 납품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클러스터에 전국의 강소기업이 모여 있다 보니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하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삼성엔지니어링 같은 대기업이 해외 진출 문을 열고, 강소기업이 공동 진출하는 물클러스터의 목표에 한발 다가섰다”며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대구 산업혁신의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