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채용 공고를 믿고 이직했는데 '계약직'으로 채용한 다음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단독 윤성식 판사는 지난 12월 1일 거짓 구인광고와 부당해고를 한 B사가 전 직원 A에게 7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정규직 공고 냈지만 실제로는 '계약직'

A는 2020년 7월 구직사이트에서 수습기간 3개월이 포함된 정규직 생산물류관리직을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를 보고 3개월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A는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었지만 연봉 4000~5000만원으로 훨씬 높은 B사로의 이직을 결심했다.

하지만 A가 출근 첫날 받아 든 근로계약서에는 '계약직'이라고 쓰여 있었다. 구인광고와 전혀 다르게 수습기간 대신 3개월 계약직이 적혀 있었고 심지어 근무 평가 후 정규직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A는 이미 전 직장을 퇴사해 돌아갈 곳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서명하게 됐다. 이런 행위를 저지른 B사는 '거짓 구인광고 및 구인조건 제시'를 금지하고 있는 직업안정법 제34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B사는 2020년 11월 정규직 전환 대상자 평가에서 "A는 근로자들과 화합, 업무수행 능력 및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정규직 채용을 거부하고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신청이 인용돼 이듬해 3월 복직했지만 오래 다니지는 못했고 결국 6월 질병을 이유로 퇴사했다. 퇴사 전에 근로복지공단에 "부당해고로 인해 불안 및 우울장애가 발생했다"며 산재요양급여 신청을 했고 공단은 9월 신청을 승인했다.

결국 A는 B사를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윤 판사는 "해고기간, 채용경위,근무일수 등 사정을 참작해 7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며 A의 손을 들어줬다.

악의 갖고 해고하면 손해배상 책임 져야

채용절차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거짓채용광고나 근로조건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채용공고 상 근로조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하게 변경하면 회사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고와 다르게 낮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근로계약을 강요하는 경우, 다른 근무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근로조건이 변경돼 해고를 당하게 된 경우라면, 채용절차공정화법으로 자동 복직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복직을 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당한 정신적 고통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별도 민사 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지급 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받게 된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완전히 치유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용자는 민사상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사용자가 징계해고를 할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몰아내려는 의도로 해고사유를 만들어내 징계를 했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 징계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불법행위가 성립하면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거짓 채용 공고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개정 채용절차공정화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 이 법 위반으로 신고된 건수는 2019년 204건, 작년 357건, 올해 1∼8월 214건 등 총 775건이다. 이 중 거짓 채용 광고가 129건(16.6%)으로 두번째로 많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