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百, 식품부문 대표 직속으로…'강남 입맛' 잡아 신세계 잡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세계 출신 '정준호의 파격', 대대적인 조직 개편 단행
외부 전문가 대거 임원으로, 여성 임원 두 배로 확대
백화점과 아울렛 분리, 백화점은 3개 본부를 하나로 통합
'롯데 문화' 혁신에 가속, "상명하복 문화 없애겠다"
외부 전문가 대거 임원으로, 여성 임원 두 배로 확대
백화점과 아울렛 분리, 백화점은 3개 본부를 하나로 통합
'롯데 문화' 혁신에 가속, "상명하복 문화 없애겠다"

1979년 출범한 롯데백화점, 43년만의 파격
![[단독] 롯데百, 식품부문 대표 직속으로…'강남 입맛' 잡아 신세계 잡는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01.28534548.1.jpg)
정 대표는 달라질 조직 문화가 어떨 것인 지를 몸소 보여줬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번 결정이 내려졌으며, 왜 조직 개편을 하는 것인 지에 관한 동영상을 제작, 7일 저녁 모든 임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올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8일 “지금까지 조직 개편 및 인사는 사내 게시판에 결과만 통보하는 식이었다”며 “직원들과의 공유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동영상에서 정 대표는 “HR과 기획이 주축이 돼서 여러 임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롯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조직 개편”이라 말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동영상 소통’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처음 올린 동영상에선 “영화배우 정준호씨보다 (롯데백화점에서) 더 유명해진 정준호”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 대표는 시종일관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직 문화는 숨쉬는 공기와 같다”는 지론을 펼친 그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런 의견들이 모아져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최악”이라고도 했다. “정치적으로 행동하며 후배들한테 존경받지 못하는 리더, 점포를 쥐어짜는 본사의 갑질, 지시만 하고 스스로는 하지 않는 팀장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동영상엔 11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호응이 쏟아졌다.
![[단독] 롯데百, 식품부문 대표 직속으로…'강남 입맛' 잡아 신세계 잡는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01.28534550.1.jpg)
식품부문을 대표 직속으로, '강남 입맛' 잡고 신세계 잡는다
조직 문화 개선과 함께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의 조직 체계에서도 파격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3개(수도권 1,2 본부와 영호남본부)로 나뉘어져 있던 지역별 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대표는 “지난 3년 간 롯데백화점은 3명의 지역부문이 각자 독립된 형태로 운영됐다”며 “하나로 뭉쳐진 힘이 아니라 3개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고, 새로운 MD 컨텐츠를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속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된 하나의 본부가 전 점포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백화점과 아울렛 사업부도 분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은 하나로 통합하되, 업(業)의 성격이 다른 아울렛을 별도 본부로 떼어내 MD전략 수립, 브랜드 유치, 마케팅, 디자인 등에서 각 채널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 두 본부 간 연결은 기획관리본부가 맡기로 했다.국내 정상급 ‘브랜드 헌터’인 정 대표는 상품본부를 개편하는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전문가 조직으로의 변신이 골자다. 특히 식품부문(신선식품, F&B 등)을 상품본부에서 분리해 대표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는 게 가장 주목받을만한 변화다. 신세계 출신인 정 대표는 신세계 강남점의 성공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봤다. 고속터미널 옆에 있는 강남점은 신세계가 롯데백화점의 아성을 뚫지 못하며 고전하던 시절 신세계 품에 들어왔다. 이명희 회장은 ‘롯데 타도’를 목표로 삼성물산 소유였던 부지에 최고급 백화점을 완성해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국내 1등 점포로 만들었다. 이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식품 구성으로 ‘강남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모객 효과를 극대화한 게 강남점 성공의 비결이라는 건 백화점 업계의 정설이다.
상품본부에 속하는 상품 카테고리는 전문 분야별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1개 부문으로 통합돼 있던 해외 명품을 3개 부문으로 나누는 식이다. 남성 스포츠 부문도 남성패션, 스포츠, 아동 등으로 잘개 쪼개진다. 정 대표는 “그간 롯데백화점은 2~3년에 한 번씩 순환 근무를 하면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만드는데 급급했다”며 “앞으로는 늘어난 부문장 자리에 S급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전문가(specialist)를 적극 양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상반기 중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포함해 외부에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임원 정원은 42명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32명의 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10명을 충원함으로써 외부에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전략이다.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친 방대한 일련의 행동을 통해 저절로 만들어지는 규범이 바로 조직의 문화다. “올해는 롯데백화점 혁신의 원년”이라고 선언한 ‘정준호의 파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