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갈무리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해 국제적 비판을 받은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 강제징용 주장은 거짓"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램지어 교수는 5일 하버드대 로스쿨 홈페이지에 '태평양 전쟁의 성적 계약: 비평에 대한 답변'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자신을 향한 그간의 비판을 반박하는 형식을 갖췄다.

이 논문에서 램지어 교수는 "한국인 여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총부리를 겨눈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주장에 대해 답변하겠다"며 "이 주장은 거짓"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 여성들은 계획적인 일본군의 강요에 의해 강제로 위안소로 징용된 것이 아니다"며 "945년 종전 후 35년 동안 (강제징용을 입증하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 1980년대 후반이 돼서야 일부 한국인 여성이 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저술가이자 활동가인 요시다 세이지가 1983년 펴낸 책 '나의 전쟁범죄'가 위안부 강제징용의 유일한 근거라는 주장도 폈다. 이 책은 요시다 본인이 제주도에서 직접 위안부를 연행했다는 경험담을 담은 수기다.

램지어 교수는 이 책에 대해 "기마부대가 한국인 여성을 총검으로 위협해 강간하고 위안소의 성 노예로 보냈다는 내용"이라며 "한국 여성 강제징용설을 제기한 1996년 유엔 보고서는 상당 부분 이 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시다의) 책을 계기로 한국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강제징용을 주장하기 시작했지만 요시다는 사망하기 전 자신의 책이 허구라고 밝혔다"며 "위안부 논란은 요시다의 '사기'로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이어 "나를 비판하던 전문가 대부분이 일본·한국 출신이고 이 책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이 책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램지어 교수는 2020년 12월 위안부가 돈을 받고 계약을 맺은 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램지어 교수는 "나에게 제기된 비판은 논문의 핵심이던 '계약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며 "논문의 핵심은 위안부 여성들이 왜 선불로 돈을 받았는지, 어떤 조건으로 근로시간이 정해졌는지 등 계약에 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서 실제 계약서가 근거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비판에는 "내가 아는 한, 전쟁으로 인해 현재 남아 있는 계약서는 없다. 논문에서 자료로 활용한 것은 정부 문건, 전쟁 회고록, 신문 광고, 위안소 회계 장부 등 주변 정보"였다고 반박했다. 기존 연구나 도서를 부정확하게 인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극소수 실수는 있었지만, 분석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당기간 침묵하던 이들이 일본에 배상금을 요구하기로 한 이후에야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는 "가장 악명이 높다"고 비난했다.

램지어 교수는 "이 할머니가 1990년대에는 '친구를 따라 몰래 집을 떠나 별 생각 없이 일본군을 따라갔다'고 증언했지만 이후 '14살의 나이에 총칼에 의해 끌려갔다'(2002년), '일본군에 의해 납치당했다'(2007년)는 식으로 철저히 다른 증언을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반박하려면 논문을 학술지에 출간해 동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재판을 받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학문적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