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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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매달 254만원(지난해 기준) 이상 소득이 있는 노인의 국민연금(노령연금)을 감액하는 현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지금도 납부한 금액보다 연금을 많이 수령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외면한 채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李 “일하는 노인 연금 안 깎겠다”

이 후보는 이날 SNS에 “일하는 어르신의 국민연금을 깎지 않고 제대로 돌려드리겠다”며 이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이어 “노령연금을 받는 분들의 월평균 금액은 54만원에 불과하다”며 “노인 단독가구 월평균 생활비 13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부족한 생활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추가적인 소득이 있으면 그에 비례해 최대 5년간 연금의 절반까지 삭감한다”며 “작년에도 약 10만 명의 수급자가 일정 소득을 이유로 노령연금이 깎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금수급자는 30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했다면 납부 금액의 2.5~3배가량 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소득 연금 수급자에 대한 과다 보장을 제한하고,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 ‘노령연금 감액제도’다. 월 254만원 이상 소득이 있으면 소득에 따라 적게는 10원, 많게는 50만원 이상 감액된다. 이런 노령연금 감액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공약이다.

고소득 노인에게 혜택 몰릴 듯

이 후보는 “(노령연금 감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개선을 위해 역대 정부마다 노인 일자리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과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노년의 삶을 스스로 일구려는 의지도 꺾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할수록 당연히 받아야 할 연금이 깎이는 불합리를 개선하겠다”며 “노후 준비를 위해 국민이 납부한 국민연금, 앞으로는 제대로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 공약대로라면 고소득 노인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제도로는 예컨대 월 304만원을 버는 노인이 50만원의 연금을 받아야 한다면 2만5000원(5%)이 감액된다. 월 850만원을 버는 노인이 100만원의 연금을 받아야 할 때는 50만원(최대 50%)이 깎인다. 이 후보 공약대로 감액을 폐지하면 고소득자가 더 유리한 것이다. 이미 납부한 금액보다 더 많은 연금 혜택을 보고 있는데 감액 제도까지 폐지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사업을 하거나 임대업 등을 하는 초고소득 노인에게 혜택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령액이 일정액을 넘기면 기초연금이 깎이게 돼 일부 수급자에게는 이 후보의 공약이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금개혁엔 입 다무는 대선 후보들

문제는 이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국민연금 고갈 등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은 연금개혁을 철저하게 외면했지만 누군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일원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교수는 “미래 세대의 부담은 고려하지 않은 ‘연금 포퓰리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