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적 노사관계 환경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에까지 확대되면 이사회 기능을 왜곡시키는 등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 명백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지난 4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내놓은 성명이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에 한정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경영계는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걸고 2018년부터 도입하려던 제도다. 경영계에서 민간 확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권 말까지 여당에서도 이렇다 할 추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패스트트랙을 태워서라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까지 이에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을 때만 해도 반응하지 않았던 정치권이 최근 단 두 차례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이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이다.

경영계는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계의 우려는 경총이 지난해 11월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당시 전국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1.5%는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되면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노동이사제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경영계는 최근 수차례 성명을 통해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입법 절차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이사제 법제화는 경제를 정치 도구화하는 것으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라며 “민간 노동이사제 도입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