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고쳐 쓰자' 尹측 꺾고 '갈아엎자' 밀어붙여…金 '연기' 발언 논란도
尹 종일 당사에 박혀 두문불출…이준석 둘러싼 내홍 불씨
김종인 '선대위 개편' 강행, 尹 패싱?…위기의 尹, 최대 시험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공중분해' 수준의 초유의 선대위 전면 해체 사태와 맞닥뜨렸다.

추락하는 지지율을 저지하고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되지만,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선대위 원점 재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전격 발표된 쇄신안은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6명의 총괄본부장 등 선대위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했다.

새시대준비위원장도 물러났다.

사실상 선거 조직 뼈대가 전부 허물어진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의 직후 "선대위의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처음 운을 띄웠다.

윤 후보가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하는 동안 깜짝 발표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까지는 치열한 '내부 투쟁'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연말부터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갈아엎자'고 주장하고, 윤 후보 측은 '고쳐 쓰자'고 맞서면서 신경전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관계자는 선대위를 '썩은 하수구'에 비유하며 "김 위원장은 배관을 아예 바꾸자고 했고,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은 머리카락만 치우고 락스를 붓자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의 발표는 윤 후보와의 100% 교감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강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본인도 '후보가 뭐라고 했나'라는 기자 질문에 "'사전에 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며 "내가 사전에 의논하지 않았으니까 몰랐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의 명성교회 예배 일정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의 정책 메시지를 보고 "더는 놔둘 수 없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후보가 족발집에서 '반값 임대료' 공약을 더듬더듬 읽는 장면이 선대위 텔레그램 방에서 논란이 된 후 격분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윤 후보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정권 교체의 대의를 앞세워 윤 후보 대신 대선 캠페인 주도권을 쥐고 '상왕'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날 의총에서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그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이날 거래소 방문 이후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당사에서 두문불출했다.

기자들과 잠깐 마주쳤을 때도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나이스하게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교통정리에 하루이틀 정도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일단 김 위원장은 '초슬림' 선대위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윤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해 메시지와 일정에 세밀히 관여하는 한편, 대규모 선대위 재건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기존 6개 총괄본부 조직도 되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선대위 내부에는 극심한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시대위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그동안 뭘 했나"라며 이준석 대표를 저격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모두의 책임"이라며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의총에서는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준석 사퇴론'이 분출됐다.

반면, 이 대표는 선대위 복귀의 선결 조건으로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윤사모' 커뮤니티에 노출됐다며 권 사무총장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