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종이달력을 찾는 고객이 끊이지 않는다. 종이달력이 점차 사라져도 금융권이 매년 달력을 찍어내는 이유다. 단순히 금융회사 달력이 돈을 벌어다 준다는 속설 때문만은 아니다. 금리 결정일, 선거에 따른 증시 휴장일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이벤트가 달력에 담겨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내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벤트를 열 가지로 정리했다.
中올림픽 김빠진 호재?…美금리인상 최대변수

○가장 큰 이벤트는 미국 FOMC

첫 이벤트는 내년 1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통화정책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지’가 결정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8월과 11월에 이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1.25%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1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내년 금리 걱정은 덜해도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앞서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소비 둔화 가능성 등으로 인해 추가적 금리 인상은 하반기께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 센터장은 “한국은행의 긴축 사이클은 이미 종반부”라고 했다. 시장에 악재가 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일을 전 세계 주식 투자자가 주목하는 이유다. 김 센터장은 “내년 최대 변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전망보다 빨리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FOMC는 통상 1년에 여덟 차례(1·3·4·6·7·9·10·12월) 열린다. 내년 1분기에는 1월 25~26일, 3월 15~16일 개최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어떻게 보더라도 작년 봄 코로나19 발병 직후 조성됐던 제로금리 환경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월가의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FOMC가 6월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그때는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이미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제한에 따른 전력난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앞두고 통상 벌어지는 가전제품 특수를 내년에도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김 센터장의 예측이다.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이다. 엉뚱하게 가상화폐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올림픽 개막 전후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사용 범위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디지털 화폐지만 CBDC는 분산적 통화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강화된 화폐다. CBDC의 영향력 강화는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다.

○동학개미 표심 잡기 공약 쏟아진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2022년 연간 투자전략 보고서를 내면서 “정책 수혜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 배경이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소액주주에게 우호적인 정책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여야 대선 후보들은 증권거래세 폐지, 공매도 제도 개선 등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주주들의 불만을 산 물적 분할을 둘러싼 입장도 관심사다. 김 센터장은 “2019년 말 한국의 주식 투자 인구는 600만 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말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식 투자라는 공통적 이해관계를 가진 유권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책 수혜주로 올해 자주 언급됐던 친환경주는 내년에 주춤할 것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예상이다. 내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예정돼 있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친환경 투자가 힘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