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에서 야외 정원은 백신패스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데 오히려 밀폐된 실내 동물 공연은 백신을 안 맞아도 관람할 수 있더라고요. 무슨 기준에 따라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건지 의문이에요.”

성탄절 주말에 아이와 놀이공원에 가려던 김진석 씨는 결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한 놀이공원 내에서도 장소마다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제각각인 탓에 방역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단위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놀이공원, 눈썰매장, 실내 워터파크 등 유원시설의 방역패스 적용 기준을 둘러싸고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입장료를 내고도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없거나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들 시설에서 ‘방역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방역패스 기준 제각각

밀폐된 실내는 미접종자 허용하면서 실외 공연장은 막아…놀이공원 방역패스 기준 '뒤죽박죽'
2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어린이대공원 등 놀이공원은 방역패스 적용 시설이 아니다. 미접종자도 놀이공원에 입장할 수 있다. 다만 놀이공원 내부의 식당과 공연장 등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한다.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맞지 않았을 경우 해당 시설에 있는 식당, 카페,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하거나 동행자와 별도로 한 명씩 떨어져 이용해야 한다.

한 시설 내에서 장소에 따라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다르다 보니 이용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 놀이공원에서 넓이 2만㎡에 달하는 야외 정원에서 진행하는 불꽃놀이는 ‘공연’으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방역패스가 적용돼 미접종자는 관람할 수 없다. 반면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관람객 200명이 입장하는 물개·새 공연은 공연장이 ‘동물원’으로 등록돼 미접종자도 관람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야외에 있는 에버랜드의 ‘포시즌스 가든’과 공간이 넓은 롯데월드의 ‘가든 스테이지’는 공연장으로, 방역패스 적용 시설이다. 지난 25일 가족 4명이 롯데월드를 방문한 안수진 씨는 “가든 스테이지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려고 했지만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말에 자리에 앉지 못하고 멀리서 보다가 결국 돌아갔다”며 “놀이공원은 방역패스 예외 업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일부 시설에는 적용한다고 해서 당황했다”고 했다.

하지만 감염에 취약한 실내시설 일부에는 오히려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롯데월드의 ‘좀비체험관’ ‘인생네컷’(포토부스) 등은 미접종자도 참여할 수 있다. 에버랜드의 실내 동물 공연인 ‘슈퍼윙스 애니멀 톡’ ‘토토와 물개섬’도 그동안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았다. 에버랜드는 방역 강화의 일환으로 최근 실내 동물공연장을 자체적으로 방역패스 적용 장소로 변경했다. 놀이공원에 가족과 함께 방문한 박준식 씨는 “실외에선 적용하고 실내는 미적용하니, 사실상 방역패스가 무용지물”이라며 “아이가 졸라서 놀러오긴 했지만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기준 재정립해야”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실내 워터파크도 혼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시설은 방역패스 미적용 시설이지만 식당과 매점은 방역패스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눈썰매장을 찾은 정미선 씨는 “매점에 못 들어가면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며 “썰매장에 1시간30분 정도 있었는데 추위 때문에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집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자 적용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는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며 “‘혼밥’하는 10명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접종자 10명이 단체로 식사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작에 행정가와 자영업자, 전문가들이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토론하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역 지침을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예린/장강호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