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DJ 당선 이틀 뒤 만나 全·盧 사면 합의해 통합 정신 극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단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은 김영삼 (YS) 정권 당시 이뤄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과 오버랩되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말에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이뤄진 사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며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진영논리 속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분열한 지난 4년여를 넘어서서 국민이 하나 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1997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결심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도 그 성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 이틀 뒤인 그해 12월 20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을 청와대에서 만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공감대를 이뤘고, 청와대는 즉시 사면 결정을 발표했다.
[박근혜 사면] 임기말 국민통합 명분…YS 정권 全·盧 사면 오버랩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잘못한 사람들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해서 용서를 하지 않으면 보복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는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진영을 달리하는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대승적으로 뜻을 모아 사면에 합의한 것은 외환위기를 맞닥뜨린 국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당시 청와대는 "새로 들어서는 정권이 대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국민을 화합하는 조치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입장과 더불어 광주 5·18 단체 및 광주 지역 재야 원로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동의함으로써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말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의 효과는 더욱 극대화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의 시점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임기 중 사면 조치라면 연말과 대선 후 당선자와 협의하는 두 가지가 있을 텐데,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대선을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이 이뤄진 탓에 국민의힘 등 정치권 일각은 야권의 분열을 노린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한 고려는 일절 없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