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사 앞 장례식 천막 설치한 노조, 철거해야"…가처분 인용
회사 앞에 장례식을 연상케하는 천막을 설치하거나 일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이용한 시위는 중단해야 한다는 가처분 결정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박병태)는 지난 22일 주식회사 파리크라상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과 노조 산하 파리바게뜨 지회, 지회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방해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일부 신청을 인용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는 지난 5월부터 서울 용산구 파리크라상 본사 건물 앞에서 천막과 항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설치하고 시위에 나섰다.

파리크라상은 SPC 주식회사와 피비파트너스의 모회사다. 피비파트너즈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해당 노조는 SPC가 본사직과 피비파트너즈의 임금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회사가 노조 조합원들의 탈퇴를 조장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설치한 천막에는 금줄과 장대 등이 설치돼 장례식을 연상케 했으며, 그밖에 '사회적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라' '노조파괴 처벌' '본사와 동일하게 임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도 함께 게시돼 있다. 이에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천막을 철거하고 집회 및 시위 등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노조가 게시한 일부 분구가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조는 회사가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임금 자료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 소속 근로자의 임금이 본사 소속 근로자 임금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지켜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수막은 회사가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오인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들을 탈퇴시킬 경우 회사가 금품을 제공하거나 진급을 차별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며 "허위사실에 해당할 여지가 커보인다"고 판단해 회사의 신청을 인용했다. 노조가 가처분을 위반할 경우 하루 간접강제금 50만원을 부과한다고도 결정했다.

다만 법원은 "회사 측에서 일부 근로자에게 다른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사실의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이는 노조를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며 '노조 탄압' 등의 내용이 담긴 문구가 담긴 현수막 등의 게시를 중단해야 한다는 회사의 청구는 기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