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장제원 '윤핵관' 지목…'김건희 리스크' 대응방식 지적
장제원 "감정적 인신공격"…김종인 "선대위 해체, 실효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연일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지난 21일 선대위 지휘체계 갈등으로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직을 내던진 이후로 외곽에서 쓴소리를 쏟아내는 모양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선대위 인사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23일 KBS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제대로 실어줬다면 (김 위원장이) 당장 선대위를 해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 개편이 아닌 리모델링 수준으로 선대위 개편 방향을 잡은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빼고 해체" 외곽서 날세운 이준석…尹 "윤핵관은 무슨"(종합2보)
이 대표는 무엇보다 '김건희 리스크' 대응 방식을 정면비판했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의혹과 관련, 무조건 엄호하고 감싸는 행태의 이면에 윤 후보를 막아선 인(人)의 장막, 즉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조수진 최고위원이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씨 허위이력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당내 교수 출신 의원 8명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면서 "불리한 전장에 아무 의미 없이 병력을 줄지어 투입하는 '축차투입'을 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경선캠프에서부터 윤 후보를 도왔던 장제원 의원을 정조준했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을 겨냥해 '정치장교', '블랙요원'에 빗대면서 "현재 선대위 내 아무 직책이 없는데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 "직도 없는데 비선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한다" 등으로 몰아세웠다.

지난 21일 장 의원이 페이스북에 "당 대표와 공보단장이 이틀째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며 선대위 전반을 비판한 글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여수광양항만공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은 '윤핵관'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장 의원을 윤핵관으로 지목했다'는 질문에 "장 의원은 사실상 (경선) 국민캠프에서부터 상황실장을 그만두고 선대위에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주변에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입장인데 무슨 윤핵관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께 '윤핵관'인지 (아닌지) 여러분들이 한번 물어보라"며 웃었다.

장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된다.

지금은 정권교체와 후보만을 생각할 때"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어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빠져 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

민주당만 이로울 뿐"이라며 "참고 또 참겠다"고 썼다.

김씨가 공개활동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의미로 "커튼 뒤에서 내조할 것"이라는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한 뒤 "이미 기사화된 얘기들이다.

대표께 주요 기사를 잘 스크랩해드리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가 장 의원을 두고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태희 실장이 후보 사모에 대해서 험담했다'고 장 의원이 저도 모르는 얘기를 줄줄이 내놓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빼고 해체" 외곽서 날세운 이준석…尹 "윤핵관은 무슨"(종합2보)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와 연이은 날선 공세를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는 시점에 선대위 쇄신과 개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충격요법'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판에서 당 대표가 선대위 밖으로 나가는 초유의 상황을 몰고 가는 충격요법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이 원톱 그립(장악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논리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1차 당무 보이콧 때 울산회동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합류시키고 선대위를 출범시켰듯, 이번에도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인 빼고 해체" 외곽서 날세운 이준석…尹 "윤핵관은 무슨"(종합2보)
반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대위 개편은 윤 후보와의 소통 등 물밑 정치력을 발휘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과제였지만 '자기 정치'를 위해 선대위를 박차고 나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선대위를 그만뒀지만, 그 외 당내 중진, 심지어 원외 청년최고위원까지 여러 이야기가 분출되는데 전부 자제할 때가 아닌가"라며 "'윤핵관'은 실체가 없다.

꼭 빈집에 들어가서 도깨비 봤다고 소리치고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날 당사 앞에선 보수 유튜브 채널이 주축이 된 '이준석 탄핵집회'와 중앙대학생위원회의 '신지예 영입 반대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국민의힘 집안싸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 대표의 '선대위 해체론'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건 이준석의 의견이다.

현시점에 총괄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아서 새롭게 선대위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 조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빼고 해체" 외곽서 날세운 이준석…尹 "윤핵관은 무슨"(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