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 ‘빅3’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2018년 말 상장을 추진하다 주주 간 분쟁으로 무산된 지 3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상장 절차를 강행해 소송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21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통상적으로 심사에 영업일 기준 45일이 걸리지만 교보생명의 경우 심사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갈등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교보생명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어피너티 측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면서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이후 저금리, 보험업 규제 강화 등으로 교보생명의 상장이 지연되자 어피너티 측은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행사가격을 2조107억원(주당 40만9000원)으로 산정했다. 매입 가격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자 신 회장 측은 “딜로이트안진이 어피너티에 유리하게 지분 가치를 부풀렸다”며 어피너티와 안진 관계자를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신 회장이 승소한다면 어피너티 등의 지분을 2조원대에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풋옵션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닌 만큼 결국 이를 적정 가격에 되사들이거나 또는 협상을 통해 갈등 관계를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는 교보생명이 신 회장 등 최대주주의 안정적 지분 확보 방안과 경영권 보호 전략 등을 소명해야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