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표준 단독주택부터 내년도 공시가격 순차 공개
올해 '집값 급등+현실화율 제고' 역대급 상승 예고…세부담도 급증
정치권 보유세 인하 카드로 로드맵 손질 만지작…논쟁 거셀 듯

올해 집값 급등으로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공시가격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는 물론 60여가지 행정목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역대급 상승이 예고돼 보유세, 건보료 등 인하 논쟁과 맞물려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굴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민심 잡기를 위한 보유세 인하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이달 23일 공개되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면서 속도조절 논쟁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내년 주택 공시가격, 올해 집값 상승률 이상 뛴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23일 표준 단독주택 23만여가구 공시가격 예정가 열람을 시작으로 내년도(1월 1일자) 부동산 공시가격을 속속 공개한다.

23일 공개될 내년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집값이 크게 뛴 데다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 집값 상승분을 뛰어넘는 큰 폭의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로드맵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에 맞추기로 하고, 내년도 단독주택 현실화율 목표치를 평균 58.1%로 잡았다.

이는 올해 현실화율(55.8%) 대비 평균 2.3%p(포인트) 상향되는 것이다.

이중 시세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은 현실화율 제고에 따른 연간 상승률이 3.6∼4.5%p로 더 높다.

9억원 이상은 현실화율 목표치 도달 기간을 15년이 아닌 7∼10년으로 앞당겨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집값 상승률 이상 오르는 곳이 속출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단독주택 매매가격이 전국 2.50%, 서울이 4.17% 올랐는데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이 6.68%, 서울이 10.13% 상승했다.

집값 상승분보다 공시가격이 더 뛴 것이다.

올해도 10월까지 단독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전국 2.68%, 서울이 4.01%로 이미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집값 급등지역이나 고가주택은 평균 이상으로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단독주택은 내년 3월부터 지자체가 산정하는 개별단독주택의 기초가 돼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내년 3월 공개될 아파트·연립·빌라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역대급'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벌써 올해 10월까지 전국의 아파트값은 12.82% 뛰어 작년 한 해 상승률(7.57%)을 크게 웃돈다.

특히 서울(7.12%)은 물론 경기(20.91%)·인천(22.41%)과 부산(13.10%)·대전(13.71%) 등 지방 광역시 아파트값까지 급등하면서 수도권에 이어 지방의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뛸 전망이다.

시세 지수보다 공시가격 상승률과 좀 더 유사한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서울이 이미 올해 9월까지 16%, 전국은 19%가량 상승했다.

작년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포함) 실거래가 지수가 1년간 전국 14.2%, 서울이 17.3% 올랐는데 실제 올해 공시가격은 이보다 높은 전국 19.91%, 서울 19.91%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평균 20% 이상 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동주택은 단독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아 로드맵상 현실화율은 올해 70.2%에서 내년 71.5%로 1.3%p 정도 상향된다.

정부 관계자는 "12월까지 가격 변동분이 반영돼야 해 아직 정확한 상승률은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분의 대부분은 현실화율 제고보다는 집값 상승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유세 급등 불가피…정치권 속도조절 요구 커질 듯
내년도 공시가격이 올해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팀장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20억원 아파트가 내년에 20% 상승해 24억원으로 뛰면 현실화율 상향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보유세가 올해 약 1천286만원에서 내년에는 1천889만원으로 603만원(47%)가량 뛴다.

공시가격 12억원 아파트가 내년에 14억4천만원으로 20% 오른다면 보유세는 올해 411만8천원에서 내년 587만5천원으로 175만7천원(43%)가량 증가한다.

만약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1주택자보다 훨씬 높은 중과세율이 적용돼 세부담은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여당 일각에선 공시가격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보유세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건드리는 로드맵 수정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의 반발로 이내 "현실화 속도조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하 카드로 공시가격을 놓고 정부와 협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이보다 앞서 올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가격 인상률을 10% 이하로 제한하겠다"며 공시가격 속도조절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로드맵이 나온 지 1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이를 손대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유세 인하가 필요하다면 여러 행정지표의 근간인 공시가격을 건들 것이 아니라 세율을 조정하거나 감면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재산세에 60%, 종부세에 95%(내년 100%)가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과표를 낮추거나 코로나19를 재난상황으로 보고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 로드맵을 손질하면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막상 손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의 보유세 인하 논의에 따라 로드맵 재검토 요구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