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2월부터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대하는 학생·학부모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방침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물밑에서 들끓던 여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및 63개 학부모 단체들은 오는 9일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고 6일 발표했다. 이들은 9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의 질병관리청,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김수진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처음엔 강제 접종이 아니라고 했는데, 방역패스 도입으로 사실상 말을 바꿨다”며 “성인도 백신을 맞고 부작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 대상을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백신 패스를 반대한다”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된 지 열흘 만에 22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수험생도 나왔다. 대입 수험생이자 유튜버인 양대림 군은 집단 소송에 참여할 430여 명을 모집해 이번주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부터 미접종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학습권 보장보다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시점도 내년 2월을 고수할 계획이다. 손 반장은 “8주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늦출 필요가 없다”며 “3주 간격의 접종 기간을 고려하면 실행하는 데 시간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자율접종 원칙을 바꿨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율접종 원칙을 발표했던 당시보다 학생 확진자가 급증했고 청소년에게도 백신 효과가 충분하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에 접종을 권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원 방역패스와 관련해서는 “학원 종사자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 방역패스를 본격 적용할 때까지 관계자 및 담당 부서와 충분히 협의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남영/이선아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