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北 미사일 문제 삼지말라"는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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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美 비판, 北 두둔
북한 대외선전매체인가
송영찬 정치부 기자
북한 대외선전매체인가
송영찬 정치부 기자
![[취재수첩] "北 미사일 문제 삼지말라"는 국립외교원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7.21367266.1.jpg)
언뜻 들으면 북한 대외선전매체 기사 같지만 대한민국 국립외교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미·북 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북한 입장에서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스탈린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집권 10년간 네 차례의 핵실험,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초고강도 무력도발은 물론, 고모부와 형까지 살해한 김정은이 마치 ‘미국의 방해’가 없었다면 고르바초프처럼 개혁·개방을 이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북한을 두둔하는 그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엔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안 해도 된다”고 했고, 지난 10월 국회에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홍 원장은 이날도 “연합훈련 2부는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라며 “2부는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관적 대북관으로 무장된 이 같은 주장은 모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홍 원장은 “만약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4~10월이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원장은 선출직도 아니고 국회로부터의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는다. 하지만 국책연구원 수장이란 이유로 그들의 말 한마디는 큰 무게감을 갖는다. 과연 이들이 그 무게감을 아는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