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①MARKET] 바이오 기업을 향한 대기업의 러브콜… 배양육 시장 선점 경쟁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연이어 배양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배양육은 가축 동물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제조한 인공 고기를 의미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7월 이스라엘 배양육 개발기업인 알레프팜스에 투자했으며, 국내 기업들에도 큰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배양육 관련 연구 조직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외 배양육 기업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투자를 넘어 직접 배양육 개발에 나섰다. 올해 국내 배양육 개발기업인 스페이스에프, 배양배지 개발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와 각각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대상 관계자는 “2025년까지 배양육을 제품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정밀화학, 롯데푸드, 롯데중앙연구소 등에서 배양육 사업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식품 관련 기술과 유통망 기반으로 사업 확장 기회
대기업들의 이런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ESG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배양육 시장이 커지고 있고, 배양육 개발에 필요한 기반 기술이 어느 정도 마련되며 양산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미국 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2040년 배양육 시장이 매년 41%씩 성장해 2040년에는 약 6000억 달러(713조5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배양육이 기존 식품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육류 유통망과 조미료나 식품 원료 등에 대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인 것도 또 다른 투자 배경이다. 대상의 경우 대체단백질을 미래 신규 사업으로 언급하며, 배양육, 식물성 대체육 등에 필요한 다양한 단백질원을 개발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미세 조류 중 하나인 황금 클로렐라를 신규 소재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대상이 개발해 판매 중인 아미노산, 조미 소재 등은 배양육 개발에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배양육이 상용화되는 시기가 되면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기존 육류 유통망을 가진 식품 대기업이라면 비용 절감이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네슬레, 미국 타이슨푸드, 유럽 PHW 그룹, 브라질 JBS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배양육 기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의 전략, 하이브리드 배양육
많은 시장조사업체들이 배양육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배양육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다. 배양육 개발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0년 말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배양육 식품허가를 받은 미국 잇저스트의 경우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을 섞는 형태의 ‘하이브리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2016년부터 배양육 개발을 시작한 잇저스트는 당시 식물성 대체식품인 저스트마요, 저스트에그를 출시,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잇저스트를 시작으로 이스라엘의 슈퍼미트, 퓨처미트도 같은 전략을 택했다. 퓨처미트의 경우 오랫동안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해온 다국적 식품기업인 네슬레와 협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한 것은 기존의 기술만으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진입 속도도 빨라진다. 지지체, 세포 분화 기술 등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일부 기술이 필요없다는 점도 속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줄기세포를 근육 조직으로 분화시키기 위해서는 세포가 달라붙어 자라날 지지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양육은 식품이기 때문에 지지체 역시 먹을 수 있는 물질로 개발해야 한다. 또 가운데 있는 세포가 괴사하지 않도록 영양분이나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반면 잇저스트나 슈퍼미트의 특허 자료를 보면 줄기세포를 근섬유로 분화시키지 않고, 식물성 대체육과 혼합해서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슈퍼미트의 경우 식물성 대체육 70%, 동물세포를 30% 비율로 혼합해 오히려 식물성 대체육을 더 많이 사용한다. 한 전문가는 “분화하지 않은 세포를 동물성 단백질원으로서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식물성 대체육에 없는 아미노산이나 각종 대사체 등을 통해 고기 맛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슈퍼미트가 공개한 내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동물세포를 10%만 추가해도 풍미가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현 시점에서는 하이브리드 배양육이 가장 상업화 단계에 가깝고 대량생산에 용이한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지현근 다나그린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이 오랫동안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해온 기업들과 같은 전략으로 가게 되면 경쟁력이 없다”며 “하이브리드 배양육이 갖지 못하는 특성을 파고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고기 맛’ 살리기 위해 줄기세포 기술에 집중
하이브리드 배양육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고기 맛’이다. 아무리 동물 세포를 혼합한다고 하더라도 진짜 배양한 고기만 할까.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은 순도 높은 줄기세포 확보와 세포의 분화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배양육 개발에 사용되는 줄기세포는 크게 네 종류가 있다. 성체줄기세포인 근육줄기세포,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해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전분화능을 가진 배아줄기세포, 마지막으로 ‘불멸화된 세포주(immortalized cell)’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가장 많은 기업이 선택한 세포는 근육줄기세포다. 가축의 근육 조직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고, 대부분 근육으로 분화하기 때문에 비교적 분화 과정이 간단하고 수율이 높다. 하지만 체외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일주일만 지나도 분화능이 20%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사미트는 세포 분열 주기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p38’ 저해제를 이용해 체외에서 근육줄기세포의 분화능을 두 달 이상 유지시켰다.

또 다른 문제는 분열 횟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가축으로부터 채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채취하는 개체에 따라, 부위에 따라 줄기세포의 품질이 차이가 날 수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균일한 품질의 줄기세포를 분리해내는 기술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또 다른 큰 축은 ‘불멸화된 세포주’다. 불멸화된 세포주는 성체줄기세포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지속적인 배양이 가능하게 된 세포를 말한다. 잇저스트, 퓨처미트, 슈퍼미트 등이 불멸화된 세포주를 이용한다. 지속적인 배양이 가능하면서도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유지 관리가 쉽지만, GMO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허가 과정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현근 다나그린 CTO는 “두 유형의 세포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변이이고, GMO 기술에 속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 FDA가 관련 세포주를 non-GMO로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규제 당국이 허가를 하더라도 소비자가 GMO 기술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며 “배양육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때 기술의 성숙도와 별개로, 허가에 문제가 없는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