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고용 절벽에 내몰린 한국 경제
고용 절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단기·관제 일자리 양산으로 외형적 수치는 다소 나아졌지만 실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비정규직이 8월 기준 806만 명에 달해 사상 처음 8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64만 명 늘어났다. 임금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정규직 비율도 2017년 32.9%에서 38.4%로 상승했다. 2018년 37.9%를 기록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157만원으로 사상 최대다.

20대 근로자의 40%가 비정규직이다. 일자리 정부의 초라한 성적표다. ‘비정규직 제로’ 공약이 공염불이 됐다. 친노조 정책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 근로자 일자리만 보호해준 꼴이다. 쓰레기 줍기, 소등하기 등 단기 일자리만 양산한 결과 고용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실시, 기업 규제 3법 시행 등으로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위축됐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청년의 날’ 축사에서 “고통 절망 아픔이 배어 있는 청년들의 삶을 보고 들을 때마다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은 암담하다. 체감 청년실업률이 25%를 웃돈다.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 통계 수치가 개선되는 착시 현상이 뚜렷하다. 2010~2020년 연평균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웃돈다. 청년실업 악화 속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0위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구직을 사실상 단념한 상태다. 적극적 구직 활동 비율은 9.6%에 불과하다. 공기업과 대기업이 취업 희망 1, 2위인데 30대 그룹은 지난해 채용 인원을 1만8000명 줄였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규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채용이 둔화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공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도 크게 줄었다.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니트족(NEET) 급증에서 상황의 엄중함을 엿볼 수 있다. 니트족은 일자리가 없고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층으로 43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4%로 OECD 평균 13.4%를 웃돈다. 니트족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6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경제의 허리인 30·40대 고용률이 부진하다. OECD 회원국 중 30위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5%포인트씩 감소했다. 지난 4년간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25만 명 감소했다. 코로나 불황의 충격이 자영업에 집중되면서 40대 고용률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영업이 추락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7%로 1982년 7월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33개월 연속 감소세다. 10명 중 4명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친성장 정책과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경제성장의 엔진이 힘차게 돌게 하겠다”며 성장 회복을 역설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5년마다 평균 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한다. 조만간 ‘제로 성장’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기업이 창의와 열정, 기업가 정신으로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해야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열린다.

지난 10년간 국내 설비투자는 연평균 2.5% 증가에 그쳤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도 불구하고 높은 고용 비용과 규제 때문에 국내로 복귀한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한 곳에 불과하다. 현재의 고용 위기는 일련의 반기업 정책이 빚어낸 인재(人災)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20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의견’ 조사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분야로 노동개혁이 꼽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화가 우리나라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청년실업률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규제가 과도하다는 기업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친성장, 친투자 정책이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