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제1야당의 선거 공약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서 다음 대통령선거 구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 구도에서 이내 눈에 들어오는 특질은 후보들보다 정당의 역할이 두드러지리라는 점이다. 후보들의 개인적 인기가 높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시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그렇게 만든다.

자유로운 선거는 늘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다. 권력을 쥐었다는 이점이 워낙 크므로, 실적이 어지간하면 집권 세력이 계속 집권한다. 현 정권의 실적이 나쁘므로,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이번 선거에선 제1야당의 전망이 밝다.

따라서 제1야당의 과제는 분명하다. 현 정권 실정(失政)의 근본적 원인을 밝히고 바로잡을 방안을 공약으로 내놔, 현 정권의 정책과 행태에 절망한 시민들이 단편적으로 느껴온 막연한 불만과 걱정을 명쾌하고 총체적인 신념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 일이 실질적으로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현 정권의 정책들은 첫째 정부 부문의 비대화(정부 예산과 부채 급증), 둘째 시장의 억압(기업 규제 남발), 셋째 재산권 침해(무거운 세금 및 준조세, 재산 처분에 대한 부당한 규제), 넷째 혁명적 노동조합주의(syndicalism)의 득세(노조의 불법 행위 묵인), 다섯째 권력의 사유화(사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통한 법질서 교란), 여섯째 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위협(언론 장악과 통제), 일곱째 국방 약화(북한 핵무기에 대한 소극적 태도, 한·미 동맹 약화, 한·미 동맹의 바탕인 한·일 협력 단절, 군사 훈련 축소, 북한 도발의 억지 수단 약화, 원자력산업 고사를 통한 핵무기 개발 능력 축소), 여덟째 적성 국가들에 대한 편향(중국에 대한 ‘3불’ 약속,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시도), 아홉째 국민 분열 정책(정부 인사 편향), 열째 대한민국 역사 왜곡(“가해자 모르면 국군·경찰로 쓰라”)에서 보듯 모두 대한민국 구성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에 적대적이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허문다. 자연히 그것들은 전체주의의 특질을 짙게 지녔다.

전체주의는 지도자가 제시한 목표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하는 이념과 체제를 가리킨다. 따라서 전체주의는 사회의 모든 요소를 정치화한다. 그래서 전체주의 사회엔 객관적 도덕이 없다. 지도자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바지하면 도덕적이고 방해가 되면 부도덕하다. 즉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한다. 이런 원리가 개인의 도덕에도 적용되니, 지도자가 제시한 목표를 지지하는 추종자들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고 믿는다.

현 정권을 상징하는 ‘내로남불’은 그런 논리를 통해 나왔다. 목표 달성에 가장 효과적인 선전은 어떤 진실보다 참되다. 무대 연출과 사실 조작은 인민을 동원하고 적을 퇴치하는 데 유용하므로 정당화되고도 남는다. 틀렸다는 게 드러났을 때 억지를 쓰는 행태도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이처럼 무대 연출과 선전에 가려진 현 정권의 정체를 시민들이 깨닫게 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현 정권 집권 기간에 대한민국이 역동적인 사회에서 정체된 사회로 바뀌고 도덕과 법이 허물어진 이유를 시민들이 깨닫게 된다. 시민들이 그렇게 깨달은 뒤에야 제1야당의 진정한 공약인 ‘허물어진 대한민국의 재건’이 제 뜻을 지닐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는 현 정권 정책들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이는 그른 진단에서 나왔다. 현 정권은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와 체제에 대한 ‘대안’을 추구했고, 놀랍지 않게도 나라의 바탕을 허물었다. 옳은 처방은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와 체제를 되살리는 것이다. ‘현 정권의 전체주의적 정책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처방에 바탕을 둬야 후보의 공약이 뜻을 지니게 된다. 이 일은 후보 혼자 하기 어렵다.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 처방을 마련하는 일은 연구소를 갖춘 당이 해야 한다. 잘 정리된 자료들로 진실을 제시하면서,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맡아야 빠르게 허물어지는 우리 사회를 되살릴 수 있다고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