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 자동차가 없다 >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3분기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 분기보다 7만1000대 줄었다. 광주광역시 기아오토랜드 2공장 완성차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팔 자동차가 없다 >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3분기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 분기보다 7만1000대 줄었다. 광주광역시 기아오토랜드 2공장 완성차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산업용 모터와 변압기 등 전기설비를 제작하는 H사는 각 사업부에 영업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전기강판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정 여파로 자칫 적자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제품 전 단계에 걸친 공급망 차질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휘말렸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산업계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최근 자동화 설비 제작에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구입하기 위해 기존 가격의 40배를 지급했다. 자동화 설비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40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전력 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전체 반도체의 10%에 달하는 400여 개 품목이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도 중남미와 호주에 전량 의존하는 구리와 아연 등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80%대인 비철금속 자급률을 100%로 높이기 위해 최근 대규모 제련소를 잇달아 건설하면서 국내 비철금속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현재 기업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 경제지표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을 압도적인 1위로 꼽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에너지·원자재 부담은 내년에도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이수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