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가 4일 열린 ‘배터리 월드’ 온라인 행사에서 세계 최초의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ES 제공
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가 4일 열린 ‘배터리 월드’ 온라인 행사에서 세계 최초의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ES 제공
현대자동차, SK㈜,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이 투자한 미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기업 SES가 기존 대비 30% 성능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를 공개했다. SES는 차량용 A샘플을 현대차의 시범제작 전기차에 탑재하고, 2025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지 10월 29일자 A1, 3면 참조

세계 최대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

현대차·美SES "차세대 배터리로 판 바꾼다"
SES는 3~4일 미국과 한국, 중국에서 잇따라 ‘배터리 월드’라는 온라인 행사를 열고 세계 최대 리튬메탈 배터리(107Ah) ‘아폴로’를 선보였다. SES는 국내에서 현대차·기아, SK㈜,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에서 투자받았다. 해외에선 GM, 중국 지리차와 상하이차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아폴로의 무게는 0.98㎏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밀도는 ㎏당 417Wh에 달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당 250~300Wh인 점을 감안하면 주행거리는 약 30% 늘어나게 된다. 충전 성능도 높였다. 12분 만에 10%에서 90%까지 고속 충전할 수 있다.

아폴로는 관통, 과충전, 단락, 온도 등 안전성과 관련해 외부 검증도 통과했다. 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는 “광범위한 온도와 전력 밀도 범위에서 비슷한 수준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고온과 저온, 고속과 저속 주행 때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다.

아폴로의 비결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농도 염중용매’로 바꾸고, 흑연 또는 실리콘이 들어가는 음극재에 리튬메탈을 넣은 데 있다. 전해질을 100% 고체로 바꾼 순수 전고체 리튬메탈 배터리의 전 단계 수준이라는 평가다.

후 CEO는 “전고체 리튬메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제조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며 “아폴로는 리튬메탈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리튬이온의 높은 양산성을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튬메탈의 경우 분리막을 훼손하는 ‘덴드라이트’가 생성되는 난제를 음극 보호 코팅, 고농도 전해액, 인공지능(AI) 기반 안전 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SK, 기술개발 지원과 사업협력

SES는 이날 영상에서 아폴로를 적용한 현대차의 고카트가 실제로 달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내년엔 실제 차량에 적용되는 A샘플을 생산해 현대차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시범생산 라인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중국 상하이 자딩구에 건설 중인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공장도 선보였다. 2023년 완공 예정이며 연간 1GWh의 리튬메탈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창환 현대차 친환경에너지랩장은 SES 미국 행사에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서 선두를 달리는 SES의 리튬메탈 기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며 “저비용, 장거리, 내구성을 갖춘 배터리 기술로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대 주주인 SK㈜의 김양택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첨단소재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SES의 상용화 일정에 맞춰 사업 협력관계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상용화 과제가 남아 있지만 기존 배터리보다 성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SES는 이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아이반호캐피털 애퀴지션’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