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으로 뒤덮인 청산수목원 핑크뮬리
분홍빛으로 뒤덮인 청산수목원 핑크뮬리
‘아름다운 시 한편도/ 강가에 나가 기다릴 사랑도 없이/ 가랑잎에 가을빛같이/ 정말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라고 노래한 김용택 시인의 시처럼, 낭만적인 가을은 흔적도 없이 바스러지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선포되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한창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더 많은 여행을 떠날 수 있겠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매혹적인 수목원을 소개합니다. 팜파스그래스부터 핑크뮬리, 사이프러스까지 이국적인 꽃들이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떠나가는 가을의 서정을 만끽해보세요. 태안의 아름다운 해변과 낙조는 덤으로 드릴게요.

은백색 팜파스그래스의 이국적 정취

충남 태안은 ‘바람과 식물의 고장’이다. 태안에는 천리포수목원, 안면도수목원, 안면수목원, 플랜트센터, 청산수목원 등 수목원만 다섯 개나 있다.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된 곳이 청산수목원이다.

고(故) 신세철 원장이 1983년 조성하기 시작해 평생 갈고 다듬은 곳이 청산수목원이다. 그는 직접 나무를 심고 돌담을 내며 피땀 어린 정성으로 수목원을 가꿨다. 개인 수목원에 불과한 청산수목원이 인기를 끌게 된 건 베이지색의 화려한 팜파스그래스를 비롯해 이국적인 꽃들이 관광객을 유혹하면서다. ‘서양 억새’로도 불리는 팜파스그래스는 키가 크고 꽃이 탐스러운 코르타에리아 속의 볏과 식물이다. 뉴질랜드, 뉴기니, 남미 등에 주로 분포한다. 이름도 남미의 초원지대를 뜻하는 ‘팜파스(pampas)’와 풀을 뜻하는 ‘그래스(grass)’가 합쳐진 것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껑충한 은백색의 꽃무리가 넘실대는 모습은 흡사 외국의 들판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팜파스그래스가 성장하면 높이가 2~3m에 이르기에 사람이 꽃 속에 파묻히면 마치 거인 나라 속 소인이 된 느낌이다.

고구려 고분 본떠 만든 삼족오 미로공원

10만㎡ 규모의 청산수목원은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나뉜다.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볼 수 있다. 테마정원에서는 예술가들의 작품 속 배역과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밀레의 정원에는 ‘이삭줍기’와 ‘만종’을 비롯한 밀레의 주요 작품 속 장면을 조형물로 세워놓았다. ‘고흐 브릿지’와 ‘모네의 정원’에는 화가의 그림을 재현한 풍경들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테마공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삼족오 미로공원이다. 고구려 고분군 가운데 평양 진파리 7호 고분에서 출토된 ‘해뚫음무늬 궁동장식’을 그대로 본떠 조성했다고 한다. 미궁에 들어서면 향나무와 화살나무가 둘레를 두르고 있고, 안쪽으로는 가이스카향나무, 홍가시나무, 황금측백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2007년부터 조성해서 무려 10년을 다듬어 미로를 완성했다고 한다.

홍가시원도 꼭 둘러볼 만하다. 단풍처럼 곱고 붉은빛의 홍가시나무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홍가시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마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사진을 찍은 것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홍가시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데 목재가 단단하기로 유명해 수레바퀴나 낫의 자루 등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청산수목원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황금삼나무 터널에서 드라마의 주인공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가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달렸다. 최근에는 셀프웨딩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운여해변 낙조와 ‘안면송’도 일품

서해안 일몰 명소로 꼽히는 태안 운여해변
서해안 일몰 명소로 꼽히는 태안 운여해변
태안에는 청산수목원 외에도 매력적인 풍경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운여해변의 방풍림과 풍등형 백사장은 아는 사람만 아는 절경이다. 운여해변은 방파제 남쪽 끝에 가지런히 심어 놓은 소나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밀물 때면 방파제 너머로 물이 밀고 들어와 자그마한 호수가 형성되는데, 여기에 비치는 솔숲은 장관을 연출한다.

태안의 안면도를 내달리다 보면 섬 중간쯤에 울창한 솔숲이 보인다. 왼쪽은 안면도 자연휴양림이고 오른쪽은 안면도수목원이다. 자연휴양림엔 수령 100년 안팎의 소나무가 마치 기골이 장대한 군인들처럼 도열해 있다. ‘안면송(安眠松)’으로도 불리는 안면도 소나무는 고려시대부터 왕실에서 관리해 궁궐 건축과 배를 제작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거북선도 안면송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태안=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