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커진 D램 하락세..."1분기까지 고전 불가피"
10월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이 10% 가까이 하락하면서 4분기 D램 시황 '피크 아웃'(peak out·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이 하락 국면에 진입하면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업계는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수익성 확보를 위한 원가 절감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D램 가격 급락…코로나 특수 소멸, 재고 늘고 부품 차질도 겹쳐

31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의 평균값은 3.71달러로, 전달(4.10달러)보다 무려 9.51% 하락했다. 이는 2019년 7월(-11.18%) 이후 최대 낙폭이다.

올해 내내 상승세를 타던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8.95%) 이후 1년 만이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되는 고정된 가격을 말한다.

그동안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선 D램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늘면서 덩달아 증가했던 PC 수요가 '위드(with) 코로나'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트렌드포스도 이달 중순 "D램 가격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 평균 판매가격은 올해보다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10월의 D램 가격 낙폭은 이런 전망치를 뛰어넘는 것이다.

D램 가격 하락 조짐은 올여름부터 감지됐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 현물가격은 올해 고점이었던 3월 말(5.3달러) 대비 36% 하락했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가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장기 계약으로 진행하는 고정거래가격과는 다르다.

그러나 현물 가격이 고정거래가격에 선행하고, 일정 시차를 두고 수렴하는 경우가 많아 고정거래가격 하락의 전조로 해석됐다.

모건스탠리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고 진단해 D램 가격 고점 논란에 불을 지핀 것도 이즈음이었다.

10월 D램 가격이 급락한 것은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수급 차질을 우려한 PC 제조사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해 재고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PC용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 고객이 재고를 우선 소진하려는 계획에 따라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PC 제조사들은 현재 12∼14주 정도의 재고를 보유한 상태다.

D램의 주요 수요처인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업계가 시스템반도체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메모리반도체에 영향을 줬다. 최근 애플은 올해 아이폰13의 출하량 목표를 애초 9천만대에서 8천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 삼성·SK하이닉스 "시황에 유연하게 대처…재고·원가 줄여라"

향후 메모리반도체 시황과 그 영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길어지는 비메모리와 부품의 공급 부족이 예상치 못했던 주문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 연말과 내년 초 D램과 낸드의 가격 하락 폭이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약해지면서 내년 1분기까지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28일 실적 발표에서 "고객사들과 메모리 시황 전망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가격협상 난도도 높아진 상황"이라면서도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 폭이 줄었고, (삼성전자의) 재고도 낮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메모리 시황 변동에 유연하기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재고 수준을 최소 수준으로 감축한 상태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재고를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하고, 업황 변화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재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원가를 줄이고 수익성을 키우려는 움직임도 강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불확실성에 대응해 14나노 D램, 7세대 176단 V낸드를 통해 반도체 원가경쟁력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에 돌입한 업계 최소 선폭 14나노 D램은 총 5개의 레이어에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업계 최고의 웨이퍼 집적도를 구현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은 전 세대보다 약 20% 증가해 웨이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한 7세대 176단 V낸드를 하반기 중 양산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당분간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점유율 경쟁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