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 교수 "내년 트렌드는 초개인화 '나노사회'…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키워야"
“지난 추석 연휴 때 오징어 게임이란 드라마를 봤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두 명씩 짝을 지으라고 해서 친한 사람끼리 짝을 지었는데,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하는 게임이었어요. 우리 사회가 개개인으로 조각조각 찢어져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6일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 펴냄) 출간 기념 온라인 간담회에서 내년에 예상되는 10대 소비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나노 사회’를 제시했다. 나노 사회는 공동체적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인 단위로 파편화되고 고립된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오롯이 자신을 책임져야 하고,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이를 1번 키워드로 제안하는 이유는 요즘 모든 사회 현상의 기저를 이루고, 책에서 설명하는 다른 키워드들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렌드조차 파편화, 나노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전엔 서태지의 ‘난 알아요’를 나이 많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젊은 세대는 BTS, 나이 든 세대는 임영웅 식으로 완전히 갈려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오징어 게임이 재밌었다고 아이에게 말하려니 자기는 아직 안 봤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며 “예전엔 거실에서 같이 보던 드라마도 이제는 각자 모니터로 보니 개인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 사회로의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다른 트렌드는 ‘머니 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플레저’ ‘엑스틴 이즈 백’ ‘바른생활 루틴이’ ‘실재감테크’ ‘라이크커머스’ ‘내러티브 자본’ 등이다. 나노 사회에서 사람들은 돈을 좇고(머니 러시), 부를 과시하는 ‘득템’에 올인한다. 한편으론 시골스러움(러스틱 라이프)에서 위안을 얻고, 바른생활 루틴이로 살면서 소소한 자신감과 미세 행복을 찾는다.

김 교수는 ‘엑스틴 이즈 백’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X세대는 주로 1970년대 이후 태어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 40대가 주축이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내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며,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엑스틴(X-teen)이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은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에 견줘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던 X세대가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개 키워드의 앞글자를 따면 ‘TIGER OR CAT’(호랑이냐, 고양이냐)이다. 팬데믹 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거침없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지, 고양이가 될지 달렸다는 뜻을 담았다. 그는 “비대면 사업을 하더라도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지 못하면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 “같은 산업 내에서도 승자독식이 강해지고, 한계 기업을 인수한 플랫폼 기업이 영역을 확대하며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