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2억원 중 12억4천만원만 계좌이체…업계 "매우 드문 경우"
"계약 당사자는 이한성 대표" 증언…이웃 주민 "사람 살지 않는 듯"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1호'가 판교에 60억 원대 타운하우스를 매입할 당시 집값 대부분을 수표로 지불한 것으로 5일 추가 확인됐다.

"50억원을 수표로 지불"…천화동인의 수상한 타운하우스 거래
이 때문에 이 타운하우스의 매입 용도와 목적, 실소유주, 자금 출처 등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천화동인 1호는 2019년 10월 개인으로부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서판교)의 타운하우스 1채를 62억 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한 뒤 지난해 1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천화동인 1호는 계약 당시 매입가의 10%인 계약금 6억2천만 원을 수표로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두 달 뒤인 같은 해 12월 계약금의 2배인 중도금 12억4천만 원은 매도자에게 계좌이체 한 뒤 이듬해 1월 잔금 43억4천만 원을 다시 수표로 지불했다.

담보대출 없이 중도금을 제외한 49억6천만 원을 수표로 지급한 것이다.

국내 최고급 주택단지 중 한곳으로 '판교의 베벌리 힐스'로 불리는 이곳 주변에서 영업하는 부동산 중개사들도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운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의 경우 보통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남기고자 계좌이체 방식을 선호하지, 수표로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히 수십억대 부동산을 사면서 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는 사례는 수년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도 "담보대출이야 가진 돈이 많으면 이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집을 살 때 수표로 수십억 원을 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의아해했다.

일각에서는 천화동인 1호가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부동산 거래를 한 데 대해 기록으로 남는 계좌이체 한 금액 이외의 50억 원에 가까운 돈의 출처를 어떤 이유에서건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예를 들어 A 계좌에서 50억을 인출한 뒤 B 계좌에 넣었다가 다시 수표로 인출하면 수표 발행인은 B가 된다"며 "물론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면 애초 A 계좌에서 나온 돈이라는 게 밝혀지겠지만 그전에는 돈의 출처에 대해 알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50억원을 수표로 지불"…천화동인의 수상한 타운하우스 거래
이 타운하우스 계약 당시 천화동인 1호 측에서는 이한성 대표가 나왔다는 주변인 진술도 나왔다.

그러나 현재 천화동인 1호의 진짜 주인을 두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까지 거론되는 등 실소유주 논란이 일고 있어서 이 대표가 실제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소유주를 대신해 대리 계약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의 타운하우스에는 현재 특정 거주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주민은 "그 집은 지난해 초에 리모델링한 것으로 아는데 공사 이후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리모델링 중에서도 지하층과 관련한 공사의 경우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모임 등을 위한 밀실을 만드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누군가 거주하는 게 아니라면 비밀 아지트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타운하우스를 둘러싼 여러 의문에도 화천대유 측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최근 한 언론이 "화천대유 내부에서 사라진 83억 원을 두고 관계자들이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자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의 전담수사팀은 이번 주 중 이한성 대표를 불러 특혜 의혹과 함께 이 타운하우스의 매입 과정과 경위에 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