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해 반전세로 첫 집을 마련한 서울의 직장인 김진우 씨(34)는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언제까지 불안하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결혼 준비에 나섰다가 대출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아내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김씨와 같은 처지의 젊은이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서울에 사는 청년 2명 중 1명은 ‘부모 지원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비중도 15%를 넘겼다.

서울연구원은 만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벌인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청년 10명 중 7명 이상(73.9%)은 ‘내 집 마련을 꼭 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이유로는 ‘자산 증식·보전’을 꼽은 응답자가 30.3%로 가장 많았다. ‘임차료 상승 부담’(28.0%), ‘이사 안 하고 살 수 있어서’(25.9%) 등이 뒤를 이었다.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가’란 질문에는 53.0%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내 집 마련을 아예 포기한 비중은 전국 평균(10.9%)을 웃도는 15.4%에 달했다.

전세 보증금, 월세 등 주거 관련 비용을 부모에게 대부분 의존하는 비율은 44.4%로 나타났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웬만한 지역에서 전용면적 85㎡ 이상 아파트를 구하려면 15억원 이상이 필요한 마당에 젊은이들이 부모 도움을 바라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젊은 층에 대출을 활성화해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는 게 박탈감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