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이 한국 경제 미래 30년 좌우"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산업계는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기적 대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이홍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 공동위원장(광운대 경영학과 교수·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뜩이나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최근 탄소중립 이슈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사업재편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업재편계획심의위는 기업활력법에 따라 정부에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 가운데 금융 등 지원을 받는 대상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2018년 제2대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장에 선임된 이 교수는 내년까지 위원회를 이끈다.

이 위원장은 탄소중립 목표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 기업에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산업은 좋으나 싫으나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오늘날 기후변화 이슈에 한국 기업이 얼마나 빨리,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앞으로 20~30년 동안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친환경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이 2만~3만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1만 개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 영역을 재편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부분 부품업체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소니가 사업재편을 통해 전자기기 제조업체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현행 사업재편 제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1999년 사업재편 사업을 시행한 일본은 선정 기업의 부동산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세제·금융 혜택을 운영 중이다. 반면 2016년 시작된 한국의 사업재편 프로그램은 일본을 벤치마킹했으면서도 직접적 지원보다는 여러 사업재편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지적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