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도 300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올림픽 여자 체조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는 15일(현지 시간) 미 연방 상원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대표팀 주치의 래니 나사르에게 상습적인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바일스는 "나사라는 물론 그의 범행을 가능케 한 시스템도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청문회에는 바일스를 포함해 맥케일라 마루니, 알리 레이즈먼, 매기 니콜스 등 여자 체조 선수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이런 범죄는 발생해선 안 된다"며 격앙된 어조로 증언했다.

나사르는 미국 미시간주립대 체조팀 주치의로 있으면서 상습적으로 선수들을 성폭행 및 성추행했다. 피해 선수만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표팀 주치의로 부임하면서 대표팀 선수에게도 마수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르는 앞서 불거진 '미투'로 범죄 사실이 발각돼 징역 30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나사르와 관련된 청문회가 진행된 건 미 연방수사국(FBI)가 이 사건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가 나왔기 때문.

법무부의 마이클 호로위츠 감찰관은 119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FBI가 나사르의 선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FBI가 사건을 인지하고도 늑장을 부리면서 나사르를 체포하기까지 70명의 추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바일스 역시 FBI의 방관을 지적했다.

올림픽 금메달 4관왕, 세계선수권대회 5관왕인 바일스는 이날 자신을 "성적 학대의 희생자"라고 소개하면서 "내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하기 훨씬 전부터 미 체조팀과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내가 나사르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FBI도 진작 수사에 나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일스는 또 "어린아이들을 해치는 이러한 범죄가 허용된다면 그 결과는 매우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제 멈춰져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밝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케일라 마루니 역시 "15살 때 나사르에게 성폭행을 당할 때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FBI가 저와 다른 여자 선수들에 대한 조사를 지연시켰고, 우리의 발언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겼다"고 발언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나사르의 기소 지연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심각하고 깊이 사과한다"며 "FBI는 이번 사건을 확실히 기억할 것이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