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회 의장단·상임위원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핫이슈이니만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하기는 어려운 대목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짜뉴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국무회의에서는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공개 석상에서 가짜뉴스 대응을 처음으로 지시했습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 등 보수 유튜브 방송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신문의날 축사에서는 “발전하는 정보통신 환경은 가짜뉴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고, 8월 국무회에서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같은 달 한국기자협회 창립 55주년 기념식 축사에서는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문 대통령의 말을 받들 듯 같은 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 대변인실에 대한 언론 오보 대응 실태 조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모두 '가짜뉴스 타도'를 부르짖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여권 인사들은 과거 '광우병 사태' 때도 '가짜뉴스 타도'에 나섰을까요? ‘한국인 발병률은 95%’, ‘광우병은 공기로도 전염된다’, '뇌 송송 구멍 탁' 등의 괴담이 우리 사회를 강타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진위 확인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에만 몰두했습니다. 광우병 사태를 정부 공격의 소재로 삼아 정치적 이득을 얻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사과 한번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문 대통령도 지금까지 '광우병 괴담'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대통령이 사용한 것 자체도 논란거리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018년 10월 ‘허위조작정보’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검찰에 지시하면서 낸 법무부 보도자료에서는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가짜뉴스가 워낙 다양한 뜻으로 쓰이고, 개념 자체가 애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허위조작정보 대응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제윤경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8년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거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당시 정부는 허위 조작이라 했다”며 “그때 조사하고 엄벌했다면 많은 국민이 저항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가짜뉴스론'이 과연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는 본인의 철학과 함께 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입장이 정치적 이득에 따라 달라진다면 더욱 문제가 심각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둥을 '송송 구멍 탁'으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정권의 유·불리를 생각하지 말고 제동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