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1조3000억 마약 밀수범 잡았다
국내 밀반입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의 필로폰을 멕시코로부터 밀반입한 30대 마약사범이 적발됐다. 한국을 거쳐 호주로 밀수출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적발된 것이다. 한국이 여전히 ‘마약 경유국’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최혁)는 1일 “멕시코에서 소매가 1조300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입한 A씨(34)를 지난달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공범 B씨와 2019년 12월, 지난해 7월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필로폰 404.23㎏을 헬리컬기어(비행기 감속장치 부품·사진) 20개에 숨겨 몰래 들여왔다. 이는 전 국민의 4분의 1가량인 135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밀반입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까지 당국 감시망에 걸려든 최대 밀수량은 2018년 검거된 필로폰 112㎏이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호주에 500㎏ 상당량의 필로폰을 밀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필로폰 역시 멕시코에서 국내로 밀수입된 뒤 다시 호주로 밀수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앞서 호주로 내보낸 필로폰이 5월 호주 연방경찰에 적발되면서 밀거래 경로가 막혔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적발된 필로폰이 국내에서 암암리에 거래될 가능성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검은 해외에 체류하면서 A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호주 국적인 공범 B씨를 추가로 확인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이번 사례는 지난해 ‘코카인 밀수입’ 사건에 이어 한국이 계속해서 국제 마약 거래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마약 밀수 사범들이 멕시코에서 호주로 직접 필로폰을 밀수출하는 경우보다 한국에서 호주로 밀수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단속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작년 8월에도 검찰은 부산을 경유하는 선박에 은닉된 코카인 49.8㎏을 압수했다. 50만~100만 명 상당이 흡입할 수 있는 양이었다.

국내 마약사범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1만8050명으로, 전년보다 12.5% 증가했다. 백서를 펴내기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많았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은 9322명(51.7%)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