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보건노조 기자회견에 한 조합원이 방호복을 입고 참석했다. /뉴스1
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보건노조 기자회견에 한 조합원이 방호복을 입고 참석했다.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노조)이 다음달 2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간호사가 주축인 보건노조의 파업에 136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기로 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 등 대형 병원이 상당수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건노조는 27일 서울 영등포 보건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4만5892명 중 4만1191명(89%)의 찬성으로 9월 2일 총파업이 결의됐다고 발표했다. 보건노조는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보건복지부와 지난 5월 말부터 교섭을 이어왔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보건노조는 26일 오후 4시부터 27일 새벽 3시까지 11차 교섭을 벌였지만 견해차만 확인했다. 보건노조 총파업은 2016년 ‘성과연봉제와 의료민영화 반대’ 이후 5년 만이다.

나순자 보건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1년7개월을 버틴 의료인력들의 탈진과 사직이 잇따르고 있다”며 “방역·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파업”이라고 말했다. 보건노조는 △인력 확충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과 재원 투입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의사인력 확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보건노조는 지난 2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연달아 만나 정부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보건노조는 “9월 1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2일부터는 일손을 놓고 세종시로 집결해 방호복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는 주요 병원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보건노조 소속 124개 지부가 136개 의료기관에서 쟁의조정을 신청해 역대 최대 규모다. 파업 참가 예정 병원에는 서울아산병원, 경희의료원, 국립암센터, 서울대치과병원 등과 함께 고려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병원이 다수 포함됐다. 충남대·전남대병원 등 지방 주요 거점 대학병원도 대거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파업이 벌어지면 코로나19 발생자가 2000명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심각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배치하겠다”며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파업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총파업에 대비해 비상진료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이선아 기자 kyh@hankyung.com